어버이날인데 친구 딸 이름으로 문자가 왔다. ‘아버지’, 그러니까 내 오랜 친구가 병환으로 별세했다는 내용이다. 몇 달 전에 거리에서 웃으며 인사를 나눴는데, 그새 병환으로 별세했다니. 참으로 허무한 게 인생이다. 어버이날인데 아버지를 떠나보낸 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남원읍 한남리는 제1횡단도로 변 물오름(동수악으로 잘못 불리는 오름)과 궤펭이오름(주차장 옆)을 경계로 남동 방향으로 이어진 마을이다. 마을 가운데로 소낭당내(松木堂川:서중천로 불리는 내)가 흐르는데, 이 내(川)의 동쪽과 서쪽으로 상잣 위 중산간 목장지대에 목장화전이
어린이날, 하늘 뚫린 듯 종일 비 쏟아졌는데날이 새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맑은 하늘이 열렸다.폭우에 지치고 놀란 가슴을 달래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도착한 노로오름과 한대오름 안개를 헤치며 천아숲길을 걷는데시냇물소리와 새소리에 나뭇잎 가볍게
시인 곽재구는 「포구기행」(열린원, 2002)에서 제주도 해안도로에 접한 여러 마을 가운데 특별히 월평동과 강정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검은 돌담길에 들어서면 잠시 길을 잃기 마련인데, 그게 여행자에겐 최고의 행운이라고 했다.그런데 곽 시인이 그토록 극
시인 황동규는 일찍이 말하기를‘채 정돈 안 된 도시, 그래 더 정다운 서귀포’라고 했다.서귀포 해안은 정돈되지 않아 정겹다.구름이 잔뜩 낀 토요일, 보목포구를 향해 길을 걸었다.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해변 카페내 마음 옮겨놓은 것 같은 섶섬이 눈앞이다.‘바다를 향해 앉으
감귤꽃이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하얗게 장식했다. 그리고 5월에 접어들자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 꽃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하얀 꽃의 장렬한 낙화, 그런데 농부에겐 그걸 감상할 여유가 없다. 진딧물, 곰팡이병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오전에 농약을 뿌리고, 밀린 잡다한
처음부터 희귀한 수형석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오래된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고 수형석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분재원도 같고 화산박물관도 같은데, 주인장이 오래도록 준비한 정원이다. 5월 2일, 남원읍 서성로 변에 ‘돌낭예술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 발을 들이면 이
오승철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젊어서 문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에는 줄곧, 시에 의지하고 시를 얘기하며 살았던 시인이다. 시인이 명마와 씨름하다 떠난 지 1년, 서귀포는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퐁낭 한 그루가 사라진 것처럼 삭막하다. 오승철 시인은 1957
앞선 기사에서 수망리 장구못화전과 따비튼물화전과 구진다라이화전 등에 대해 기술했다. 장구못화전에는 이재수의 난 때 화를 피해 들어온 천주교인 가족도 있었고, 구진다라이오름엔 4.3 때 집이 불타고 목숨이 위험에 놓이자 조상 묘 주변에 굴을 파서 목숨을 부지했다는 화전민
일요일 새벽 6시, 해가 뜰 무렵에 길을 나섰다.좌보미오름 가는 길, 눈앞에 떠오르는 태양을 두고 꽤 먼 길을 달렸다.10개가 넘는 작은 봉우리가 장마철 삿갓조개처럼 주봉 주변에 붙어있다.거친 들판 지나 경사로, 다음은 편백나무 숲길오름의 생김새만큼이나 복잡한 길이다.
27일 오후, 하례1리 마당에서 장작이 타오르고 가마솥이 김을 내며 끓었다. 가마솥에서 갓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과 옛날식 피순대가 도감의 손을 거쳐 접시에 오르는데,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손님들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서로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음식상을 받은 사람들
강준만은 일찍이 한국사회를 ‘각개약진 공화국’으로 진단했다. 구성원 다수가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그래서 각각의 문제를 공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혹은 가족적 단위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이 어려움을 겪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라도 하
발리 도착했을 무렵, 우붓왕궁 주변에 아주 높은 탑이 만들어지고 있더니 며칠 후 거대한 보라색 황소 조형물이 왕궁 앞에 세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왕가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월에 돌아가셨는데 4월에 거대한 장례식을 한다고 합니다. 발리의 왕궁 장례식을 볼 수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다. 이때 내린 비는 한 해 농사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하늘에서 내리는 곡식비, 곡우라 하였다. 비를 맞은 보리의 키는 하루에도 반 자는 자란 듯하다. 잦은 비에 부디 적당한 곡우가 내리길 바랄 뿐이다.▲ 곡우에 보리가 자리는
백하르방이 전한 별씨인 귤꽃이 봄비를 잔뜩 머금고 참았던 웃음보따리를 풀었다. 꽃향기가 사방천지에 진동하니, 긴 내창에 배를 깔고 깊은 잠에 빠졌던 용이 비늘을 꿈틀대며 잠에서 깬다. 백하르방의 별씨 선물을 반겨 온 마을 주민들이 함께 춤을 추고 성대하게 잔치를 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