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 보물창고에서 고망낚시와 소라잡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제5회 신흥1리 고망낚시 축제’ 25일, 남원읍 신흥리 포구 주변에서 열려
화창한 주말, 푸른 하늘 아래 용궁문이 활짝 열렸다. 주민과 여행객이 남원읍 신흥리 포구 주변을 가득 매웠다. 아이나 어른이나 고망낚시에 빠진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맨손 소라잡이, 노래자랑, 먹거리 장터 등 즐거운 일들이 가득 펼쳐졌다. 물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집에 가지 말자고 졸랐다.

‘제5회 신흥1리 고망낚시 축제’가 25일, 남원읍 신흥리 포구 주변에서 열렸다. 고망낚시를 테마로 그림 같은 추억을 선물하겠다는 취지로 기획한 축제다. 신흥1리 마을회(이장 부무현)가 행사를 주최하고 마을 어촌계와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 등이 후원했다.
오늘 처음 고망낚시 했다 낚시 바농 니껍새우 끼웡/ 친구들은 보들락을 세머리나 잡아신디 나-는 한머리도 잡지 못했다./ 무사 나만 한머리도 없나 부에 남쩌 정말 용심 남쩌
제주어 동요 ‘고망낚시’ 가사 일부분이다.
고망낚시는 고망(구멍)과 낚시의 합성어로, 가는 대나무 끝에 낚싯줄을 매달아 바위틈에서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말한다. 대나무를 이용해 간단하게 낚싯대를 만들 수 있고, 조간대 바윗길을 걸을 때 대나무가 지팡이 역할을 하는 장점이 있다. 미끼도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소라게를 주로 사용했다. 이 간단한 방식으로도 좁은 바위틈에서 다양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신흥1리는 고망낚시 축제를 시작한 건 지난 2018년이다. 처음엔 흥산초등학교의 체험활동에서 고망낚시를 시작했는데, 주민들이 축제로 발전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잠시 행사가 열리지 않은 적도 있지만, 그 이후 주민들은 해마다 고망낚시를 통해 마을을 알리고 있다.
제주도의 많은 지역에서 바다 백화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신흥1리는 아직까지 건강한 바다를 유지하고 있다. 간조에 조간대 바닥이 드러나면, 모자반과 톳 등 해초가 풍성한 모습을 보인다. 바다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징표인데, 그 곳에 보말과 게, 따개비 같은 고둥도 풍성하다. 이런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선 마음이 풍성해진다.

25일 오후, 고망낚시와 소라잡이 체험이 열리는데, 주민과 여행객이 포구 주변 조간대를 빼곡하게 채웠다. 대체로 일가족이 함께 체험활동에 참가했는데, 어린이들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최이래(표선초 4학년) 어린이는 “고망낚시를 좋아해서 아빠와 함께 나왔다. 예전에 고망낚시를 여러 번 해봤고 우럭도 잡아봤다.”라며 낚시에 기대와 자신감을 보였다.
김채환(인화초 5학년) 어린이는 “고망낚시가 좋아서 부모님, 동생과 함께 제주시에서 왔다. 나는 고기를 낚지 못했는데, 동생이 고기를 낚았다.”라며 “나도 고기를 낚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물을 확인해보니 제법 큰 물고기 두 마리가 들어있었다. 동생 김채현 어린이가 낚은 것이라고 했다.
무대에선 초청가수 노래 공연과 주민 노래자랑이 열렸다. 그리고 미니풀장이 마련되었는데, 초여름 햇살 아래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겼다. 향토 음식점도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국수와 고기, 막걸리를 맛보며 주말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신흥1리 고망낚시 축제’는 2025년 주민참여예산 지원 사업이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