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오솔길에 감춰진 푸른 바닷가, 하얀 꽃잔치를 연다

[주말엔 꽃] 갯강활

우리 가족이 사는 망장포 해안에 명품 오솔길이 있다. 망장포구에서 예촌망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동네 길인데도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에 이 길을 자주 걷는다. 동네 삼촌들도 건강을 위해 이 길을 걷는데, 흙길이고 그늘이 져서 여름에도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고 한다.


▲ 우리동네 해안가 명품 오솔길(사진=장태욱)

며칠 전 이 길을 걷다가 동네 삼촌 내외분을 만났다. 삼촌은 “오래 전에는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지 않았는데, 근래에 들어서 이렇게 숲길이 됐다.”라고 말했다. 삼촌이 어릴 적에는 땔감이 귀해서 나뭇가지가 길가에 나오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곤로와 보일러가 보급된 이후에는 길가에 나무를 일부러 자를 일이 없어져서 이렇게 명품 오솔길이 만들어졌다는 것.

이 길을 가다가 보면 바닷가로 내려가는 샛길을 찾을 수 있다. 낚시꾼들이 다니면서 생긴 샛길인 것 같은데, 여기로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갯바위 아래 파도가 출렁거리고 멀리 지귀도와 섭섬이 내다보이는데, 여기에는 오솔길과는 달리 바다에서 밀려오는 갯내음이 난다.


▲ 바닷가에 피어난 갯강활 꽃(사진=장태욱)



그리고 해안에 자생하는 찔레, 엉겅퀴, 순비기, 갯강활 등이 군락을 이루고 절기에 맞게 제 시간에 꽃을 피운다. 지금은 하얀 갯강활 꽃이 한창 잔치를 열고 있다.

갯강활은 바닷가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풀 치고는 키가 1미터까지 자란다. 풀인데도 자라면서 나무처럼 가지를 낸다. 가지는 연두색인데, 도중에 갈색 줄무늬가 나타난다. 6월이면 연두색 가지 끝에 하얀 꽃을 피운다. 가지의 끝에 꽃줄기가 우산살처럼 갈라지기 때문에, 거기에 피어난 꽃무리가 하얀 우산처럼 보인다. 꽃의 모양으로는 방풍나물의 꽃과 구분하기 어렵다.


▲ 작은 꽃들이 가지 끝에 빼곡이 피었다.(사진=장태욱)

▲ 갯강활은 풀이지만 가지를 여러 갈래로 낸다.(사진=장태욱)

꽃의 크기가 1센티미터도 되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 그 구조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보면, 주머니만두 모양의 꽃봉오리에서 5장의 꽃잎을 연다. 꽃잎이 굽었기 때문에, 펼쳐도 꽃이 활짝 열리지는 않는다. 꽃 가운데서 희고 길쭉한 암술이 안테나를 세워놓은 듯 밖으로 나온다.

잎은 넓고 두꺼운데 갈라져서 브이(V)자 형을 띤다.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광택이 있다. 뿌리는 약용으로 쓰이는데, 한방에서는 피를 흘린 후에 피를 보충하거나 피를 잘 돌게 하고 피부 가려움증, 복통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식물이 지구를 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해안에 자생하는 염생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갯강활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풍이 불어오는 갯가에 자생하면서도 넓고 두터운 초록잎을 과시하는 식물, 뭔가 환경을 위해 큰일을 할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우리동네 해안에 푸른 갯강활이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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