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쫄깃한 흑돼지 오겹살, 넘치는 인심은 덤이다

[동네 맛집 ㉝] 남원읍 위미리 중앙정육식당

흑돼지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소의 생간부터 나온다. 부풀어오른 계란찜은 뚝배기 안에서 김을 내뿜고, 도라지 무침 향긋한 냄새가 입맛을 자극한다. 이렇게 푸짐한 밥상인데, 1인분에 2만원이 되지 않는다. 인심이 넘치는 게 농촌의 밥상이고 식당이다.

마을에 좋은 식당이 많다. 주로 백반을 파는데, 반찬의 가짓수도 많고 맛도 좋다. 아직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플랫폼이 우리 동네까지는 점령하지 못해서, 음식 가격이 주로 음식을 만드는데 들어간다. 농촌에 살면서 누리는 혜택이다.

그런데 좋은 식당 대부분은 점심 장사를 한다. 저녁에 이웃과 회식이라도 하려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했다. 식사하러 동(東으)로 갈까, 서(西로) 갈까 고민하는 일도 에너지 낭비다.

그런데 지난여름에 마을에 좋은 식당이 들어왔다. 가성비나 솜씨나 빠질 게 없다. 개업 당시에는 자리가 없어서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서야 했는데, 최근에는 저녁에 가도 빈 좌석이 있다. 성의가 없어진 건 아니고 개업할 때보다 가격을 1인당 1000원 씩 올렸다. 아마도 지난가을 채소값이 폭등해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1000원 올려도 여전히 가성비가 높다. 위미우체국 앞에 들어선 위미중양정육식당이다.


▲ 음식을 주문하면 찬으로 소의 생간과 천엽, 계란찜, 도라지무침이 나온다. 풍성한 반찬에 기분이 좋아지고 입맛이 돈다.(사진=장태욱)

주인장은 10년 넘게 우체국 앞에서 정육점을 운영했다.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고기를 정량보다 조금 더 썰어주면서 인심도 베풀었다. 고기도 질이 좋은 것을 주로 팔았다. 농협하나로마트가 가까운 곳에 있어도 정육점은 흔들림 없이 잘 운영됐다.

그러다가 정육점 옆 상가를 매입해서 식당까지 열었다. 고기장사를 오래 했던 터라 고기를 보고 손질하는 솜씨는 기본이다. 거기에 반찬까지 신선하고 맛이 좋아 식탁에는 빼 놓을 게 없다. 가족이 함께 일을 하고 종업원이 돕는데, 늘 웃는 표정으로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

17일, 종일 레드향을 수확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앙정육식당을 찾았다. 고단해서 집에서 저녁을 차리는 일도 귀찮고, 잘 먹어서 체력도 비축하려는 마음에서다.

다행히 테이블 하나가 남아 있었다. 흑돼지 삼겹살 2인분을 주문했는데, 금새 기본 반찬이 나왔다.

반찬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건, 소의 생간과 천엽이다. 육고기 생식을 하지 않는데, 붉은 빛이 도는 소의 간은 참을 수가 없다. 기름장에 찍어서 한 점 먹었는데, 부드럽고 쫄깃하다. 거기에 도라지 무침, 도라지를 붉은 양념에 무쳤다. 향긋한 냄새에 끌려 자꾸 젓가락이 간다.


▲ 흑돼지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고기를 두툼해서 썰어서 내왔다.(사진=장태욱)

잠시 후 계란찜이 나오는데, 뚝배기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계란찜이 하얀 연기를 내뿜는다. 이건 집에서 흉내 낼 수 없어 이걸 먹는 것만으로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숯불이 나오고 고기가 나왔다. 흑돼지 오겹살을 두텁게 썰어서 내왔다.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순 순간 즙이 떨어지며 연기가 피어오른다. 고기는 불판에서 노릇하게 익어가고 흡입 후두가 부지런히 연기를 빨아들였다. 고기가 익어가면 뒤집고, 썰면서 손이 분주해진다. 배가 가장 고파올 무렵이고 고기는 갈색으로 익어간다. 오늘 부지런히 일한 보람이 있다.


▲ 숯불 위세서 고기가 익어가는 장면(사진=장태욱)

일반 오겹살은 1만6000원, 흑돼지 오겹살은 1만9000원인데, 흑돼지가 쫄깃하고 고소해서 맛과 식감에선 최고다.

공기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된장찌개는 4000원, 고기밥은 1000원 추가된다. 기왕에 내몸에 공양하기로 한 날이니, 이쯤이야.

음식을 다 먹을 무렵, 이웃 형님이 우리가 먹은 식사비를 내고 갔다. 이걸 너무 사양하기도 그렇고, 고마운 마음으로 친절을 받았다. 농촌의 식탁엔 여전히 인심이 후하다. 그래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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