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하고 푸짐한 자리물회가 축제장에선 1만원, 이런 행운이?
2025년 보목자리돔축제
보목자리돔축제 이틀째인 17일, 축제가 열리는 포구로 갔다. 자리돔 1인분이 1만 원인데, 정말 싱싱하고 푸짐한 밥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에 섶섬과 뒤에 제지기오름까지 풍경을 덤으로 받아, 시름과 걱정을 날릴 수 있는 축제다.

2025년 보목자리돔축제가 16일 개막했다. 자리돔축제가 개막하는 날이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올해도 어김없이 맞아떨어졌다. 그냥 비가 그냥 내린 게 아니라 바가지로 쏟아 붇는 것처럼 쏟아졌다. 16일 예정됐던 개막행사가 취소되거나 17일로 미뤄졌다. 다행히 17일은 날씨가 화창하게 개서 행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보목은 서귀포시 송산동에 속한 자연마을인데, 예로부터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마을이다. 자리돔이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보목마을은 서귀포의 남쪽에 있어 제주도에서도 가장 따뜻한 마을이다. 포구 앞에 섶섬이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데, 동남쪽에는 지귀도가 있다. 주변 바다는 수심이 낮아서 수온이 높고 바다 속에는 바위들이 많다. 자리돔이 터를 잡고 알을 낳아 살기에 좋은 여건이 된다.

제1회 축제는 지난 2000년, ‘수산일품보목자리돔큰잔치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초기에는 자리돔과 함께 테우를 테마로 열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축제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축제가 열리지 못해, 올해가 21회 행사다.
17일 점심시간에 맞춰 아내와 함께 축제가 열리는 보목포구에 갔다. 행사장 입구에 천막이 줄을 이어 설치됐는데, 지역 소상공인들이 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포구 안에는 방문객을 위해 소라고동피리 만들기,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축제의 으뜸은 향토음식, 천막에 마련된 음식 장터에 자리를 잡고 자리물회 2인분을 주문했다. 그리고 가격표를 보니 자리돔 1인분이 1만 원, 이건 약 10년 전 가격이다. 일반 식당에서 자리돔을 먹으려면 1인분에 적게도 1만3000원은 줘야 하는데, 1만 원에 먹는 건 진짜 운이 좋은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인가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다. 자리물회가 양푼이에 담겨 나왔는데, 3인분도 넘을 만한 양이다. 물회에 들어있는 자리돔을 물론 양파와 오이도 모두 싱싱하고 식감이 좋았다. 게다가 제주도사람들이 먹는 식으로 된장으로 양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처음 먹어보는 자리물회다. 물회와 함께 밥 한 그릇씩 해치우니, 시름도 걱정도 싹 사라졌다.
무대에서 토종가수 신기영 씨가 노래를 불렀다. 존 댄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과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는데,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불어 오감이 행복해졌다.

사실 축제 무대마다 비싼 트롯 가수를 초청해 비싼 돈을 낭비하는데, 토종 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걸 보니 취지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트롯 지옥’에 시달린 귀를 청소까지 해주니,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만족.
자리돔이 수조 안에 살아있는 모습을 방문객에게 보여주는 전시장을 봤다. 수조 너머로 보목자리돔의 고향 섶섬이 보인다. 자리돔축제의 매력은 싱싱한 물고기에도 있지만, 포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두 개의 섬과 제지기오름이 만드는 풍경에도 있다.

포구 한 구석에서 날 자리돔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큼직한 자리돔 1킬로그램을 샀는데, 1만5000원이다. 주인장은 “올해 자리돔이 많이 잡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내일은 자리돔에 굵은 소금을 쳐서 숯불에 구워먹을 것이다.
축제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