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메카인데 알고 보니 오름, 곶자왈 식생까지 품었네
[김미경의 생태문화 탐사, 오름 올라] 마른 섬에 물을 품은 오름들(16) 월산봉
무심히 오르내리는 월산봉 산마루, 깊은 뜻 서린 강창학스포츠타운
중산간서로, 악근천다리를 지나 동쪽으로 가노라면 강창학체육공원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늘 지나가면서도 오름의 능선을 지나가고 있다고 인식 한번 해본 적 없었다. 고근산과 월산봉의 산자락을 뚝딱 잘라 도로를 낸 길이다. 남북으로 정상 능선이 평평하게 늘어져 있는 월산봉을 볼 수 있다. 200미터가 넘는 높이에 비해 자체 높이는 60미터 정도 낮은 오름이지만 서남쪽 마을을 이루고 있는 염돈마을에서 바라본 월산봉은 가파르면서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동쪽에서는 아주 평지처럼 보여 오름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강창학체육공원’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어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곳은 체육관, 종합경기장, 궁도장, 야구장, 미니구장, 롤러스케이트장, 마라톤 센터 및 훈련코스 등 기타 연계된 다양한 체육기반 시설을 갖춘 종합 스포츠타운, 스포츠 메키로의 인프라를 구축해 가고 있다. 월산봉의 위력보단 스포츠공간으로서의 자리매김하는 이곳, 월산봉에 대한 안내판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과 함께 오름을 탐방하게 된다.

도심 인근 천연의 곶자왈, 걷기 좋은 흙바닥 산책로
오름의 정상이 어디인지, 오름의 형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곳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다녀간 인터넷 글들을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었다. 이곳 탐방로는 오름 탐방하기 위함보다 산책로로 조성해 놓은 탐방로길, 동아마라톤 코스로도 활용하고 있다. 인위적인 무엇도 깔려 있지 않아 너무 좋은 길이다. 이정표들이 없어 살짝 헤맬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잠시 헤매도 좋은 길이다.
숲 안은 아아용암이 흘러 남긴 흔적, 큰 바위들이 숲속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산책로를 제외한 오름 능선 전체는 곶자왈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가는쇠고사리, 다른 곳보다 유난히 키가 커 보이는 백량금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다. 예상하지 못한 모습에 감탄사는 걷는 이들의 몫이다. 곰솔의 솔잎과 상수리나무의 나뭇잎 등 많은 낙엽수 잎이 떨어져 있다. 산책로는 천연의 흙바닥에 자연이 내어 준 양탄자, 걷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든다.


서남쪽 월산봉 자락에 도심 내 생활권 및 도시 주변 지역에 도시 열섬 및 폭염완화, 탄소흡수, 미세먼지 저감 등 2024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도시숲조성사업으로 정비되어 있다. 산자락 아래에 나무들을 정비해 놓고 탐방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직은 그곳에 자리를 잡지 못한 식생들, 잘 자라 주길 바라본다. 지금은 숲 모습이 완전히 갖추지 못했지만 이곳은 올레길 7-1코스에 위치해 올레꾼들에게 녹색 쉼터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하니 기대도 된다.
마을 가운데 샘물이 솟아나는 염돈마을
오름 서남쪽으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서귀포시 12개 동 중의 하나인 대천동, 강정천의 큰내 주변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큰내라 함은 도순천으로 표기되어 있다. 강정동, 용흥동, 도순동, 월평동, 영남동 등 5개 마을을 통합하여 만든 행정동이다. 마을의 설촌 유래를 살펴보면 예부터 물과 관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월산봉 아랫자락에 있는 자연마을인 ‘염돈마을’을 찾았다. 염돈마을 중심에 운랑천이라는 용천수가 있다. 이곳에 설치된 설명판에 따르면 마을의 설촌 기원이 되는 샘물이다.
「염돈마을 중심에 있는 운랑천은 마을의 살촌기원이 되는 산물이다. 마을 안길 모퉁이에 위치한 큰 암반 틈에서 솟아나와 남쪽 바다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탐라시대에는 산물을 중심으로 왕자가 머무르는 왕자구지(王子舊址)를 지었고, 후에 고려말기~조선초기 영곡공 고득종이 그 터에 다시 별장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탐라순력도에는 운랑천의 동편에 조선시대 조성된 ‘고둔과원(羔屯 果園)’이 그려져 있다. 백호 임제는 선조 10년(1577)에 제주에 왔다가 ‘남명소승’이란 책을 썼는데, 고감사의 옛집을 찾고 “맑은 샘이 돌구멍으로 흘러나오므로 곧 손으로 움켜 마시고 매화 한 가지를 잡아 꺾고는 아쉽게 돌아섰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맑은 샘은 운랑천으로 예나 다름없이 지금도 창창히 흐르고 있다.」

염돈은 샘마을, 월산봉은 평평한 산마루
이 설명판 내용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이 운랑천이란 샘이 마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곳을 탐방하면서 드는 궁금증이 많다. 염돈마을이란 염소를 키우던 우리가 있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다는데, 아마 염돈을 한자로 표기하려고 고둔(羔屯)이란 말을 만든 것이다. 이 고(羔)라는 글자는 ‘새끼양 고’다. 예나 오늘이나 ‘염’이라고 하면 염소가 생각나는 모양이다. 사실 염돈은 우리 고어로 ‘샘마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위에서 마을의 설촌기원을 보더라도 물을 뜻하는 마을 이름을 썼을 이유가 더 분명하지 않을까. 물이 있어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마을 안쪽에서 바라본 월산봉은 평평한 산마루모양이라 순우리말 이름은 ‘ᄃᆞᆯᄆᆞ루(달마루)’였다가 이걸 한자로 월산(月山)이라 했을 것이다.

서귀포시 강정동 1461일대
표고 212.2미터 자체높이 62미터
김미경
오름해설사, 숲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다.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단법인 오름인제주와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사무국장으로도 열심이다. 한림북카페 책한모금을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개인 블로그를 통해 200여 편의 생태문화 관련 글과 사진을 게재해 왔다. 본 기획을 통해 수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마당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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