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오는 올레에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게 꽃으로 덮였다. 담쟁이처럼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줄기가 꽃 잔치를 펼쳤다. 여름 한낮 돌담이 발산하던 뜨거운 열기가 사위질빵 줄기로 한결 가라앉았다.▲ 우리 올레(사진=장태욱)▲ 올레 중간에 사위질빵이 돌담을 뒤덮고 있다
여름 막바지까지 더위가 기세를 꺾지 않는다. 움직이면 금새 몸에서 땀이 흐르고, 몸에서 기운이 빠진다. 그늘이 있는 숲이나, 시원한 물가가 생각나는 요즘이다.이런 더위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에어컨 시설도 없고, 기껏해야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달래야 하는데,
경독재(耕讀齋 소농 선생 서재)와 관련해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거기서 인생 처음으로 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80년대 어느 날 소농 선생으로부터 경독재에 잠깐 다녀가라는 전갈이 왔다. 소암 선생(素菴 玄中和 선생)이 오셨으니 뵙게 인사를 올리라는 말씀이셨다. 소암 선
민둥산에 골을 내니물소리 흐르고하논수로 위로새와 바람은 숲을 지었다.서늘한 이슬과 함께밤새 나무에 머물던 어둠새 지저귀는 소리에숲은 비로소 잠에서 깬다.빼곡한 가지 틈 비집고살금살금 침투하는 햇살에숲은 부풀어 오르고내 앞에 길이 열린다.물길을 거슬러하논수로길 오르는 길
여덟물 간조기라 해수욕장 모래밭이 드넓게 바닥을 드러내고, 비양도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다. 모래사장을 서쪽에 검은 현무암 대지가 드러나는데, 거기에 두터운 돌담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우주인이 바다에 남기고 간 조각품으로 오해를 살만 한데, 공동체가 오래도록 쌓고 지
출산과 육아로 지친 여성들이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로 나락으로 빠진 자아를 간신히 붙들고 있다. 이중에는 네 명 아이를 키우는 여성도 있고, 한 달 전에 출산한 이도 있다. 이들은 잠이 부족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전시회를 열어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출산은 산모에
과수원 어린 묘목 사이에 오이꽃이 노랗게 피었다. 벌써 몇 차례나 열매를 수확했는데, 지치지도 않고 계속 꽃을 피운다. 오이는 여름 뜨거운 열기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줄기를 키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일에만 쓴다. 생명력으로나 쓰임으로나 여름에는 오이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근대화의 모든 과정은 민초들에게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이 기간을 거치는 동안 역사의 폭력을 단 한 차례로 피하지 못한 가족이 있다. 가족사의 모든 걸 지켜본 홍태생 삼춘이 그동안 가족이 격은 일을 전했다.홍태생 삼춘은 1942년, 서귀포시 남원
조선시대 중문리 북쪽에 상문리라는 화전마을이 있었다. 1914년 상문리 화전 지역에는 47호가 살았고 이들은 밭 149필지, 임(林) 여섯 필지를 소유했다. 그 중 여덟 가구가 윤못화전에 살았다. 윤못화전은 거린사슴오름 기슭에 있었던 연못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윤못화
소농 오문복 선생의 인연 가운데 성산포 주관으로 시화전시를 열었던 일은 평생의 보람으로 생각한다. 회원들끼리 사석에서 의견이 오갔는데 전시가 성사됐고, 관람객들이 많이 찾았다.■ 소농 오문복 시서화전(素農 吳文福 詩書畵展) 성산포문학회가 창립하여 1년쯤 되던 2009
한여름 가마솥더위도잠시 퇴각하는 새벽한라산 정령의 부름에사라오름에 올랐다.호랑이 담배피던 얘기엔왕후지지 명당인데제국의 백성 대신나무들이 아우성가뭄 끝에 내린 비로부풀어 오른 산정호수왕후의 욕망 대신에푸른 하늘을 품었다.PHOTO BY 제주별 여행자 양희라
오전 11시 조금 넘었는데, 음식점 안은 빈자리가 거의 없다. 밥을 파는 집인데, 밤과 국 냄새 대신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반찬으로 돈가스와 타코야끼가 나왔으니, 서둘러 찾아온 보람이 있다.▲ 사진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돈가스-타코야끼-제육볶음-디저트 수박(
풋귤의 계절이다. 귤나무 초록 잎은 여름 태양이 내뱉는 열기를 통해 제 몸으로 삼키고, 그 에너지를 초록 열매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나무는 가장 푸른 꿈을 꾸고 열매는 싱그럽고 건강한 청춘을 뽐낸다. 싱그러운 풋귤이 사람들에게 건강은 물론 새로운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
1945년 8월 15일 여름 날씨도 요즘처럼 뜨거웠을 것이다. 말복 즈음의 태양이 뜨겁기도 했을 터인데, 해방의 감격까지 더해지니 거리의 열기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네 민초는 늘 뜨거운 열기를 삼키며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 새연교. 새섬에 오르는 다리
절기가 오락가락 한다. 무더위 끝에 잠시 가을장마가 섬에 머물더니, 또 무더위가 찾아왔다. 더운 날, 시원한 물가에서 더위를 날리는 건 모든 이들의 즐거움이다.▲ 15일 서귀포시 송산동 자구리물에 사람들이 몰렸다.(사진=장태욱)15일 오후, 서귀포시 송산동 자구리공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