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향 물씬 푸짐한 오리탕이 8,000원, 배도 마음도 채웠다

[동네 맛집] 서귀포시 천지동 동언식당

구도심 음식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맛있고 가성비 갑인 음식을 먹었다. 구수하고 국물맛 진한 오리탕인데, 찰진 쌀밥과 함께 국물까지 싹 말아 먹었다. 푸짐한 고기에 들깨 향 물씬 풍기는 오리탕이 8,000원이라니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웠다.

서귀포시 천지동 ‘아랑조을거리’는 구도심의 음식 거리인데, 최근 이곳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저녁에 일대를 걸어도 행인이 좀체 보이지 않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공실 상가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한숨에 땅이 꺼질 지경이다.


▲ 동언식당 오리탕 1인분이  8,000원이다.(사진=장태욱)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다가 창문에 붙은 음식사진을 보고 들어간 곳이 ‘동언식당’이다. 오리탕과 삼계탕, 영양탕을 파는 음식점이라는데, 오리탕 사진에 끌렸다. 오전에 농장에서 일하면서 땀을 뺐던 지라, 이런 날은 오리탕 한 그릇이면 기운이 보충된다.

들어가 보니 20여 명이 앉을 만한 조그만 음식점이다. 벽이나 천정의 색깔에서 오래된 상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일대 대부분 음식점들이 오래된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오리탕 두 그릇을 주문했는데, 반찬이 먼저 세트로 테이블에 올랐다. 배추김치와 돌나물겉절이, 오이무침, 마늘종장아찌, 생양파와 풋고추 등이다. 돌나물겉절이는 식당에서 좀체 맛볼 수 없는 반찬인데, 싱싱한 돌나물에 액젓을 뿌려서 간을 했다. 마늘종장아찌는 달고 짠 맛이 나는 게 입맛을 돋우었다. 양파에 된장을 발라 먹었는데, 된장에서 잘 묵은 냄새가 났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된장이라고 했다.

오리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황토색 국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들깨 향이 올라왔다. 고춧가루와 들깨가루고 맛을 내는데, 들깨 가루는 껍질을 벗긴 것과 벗기지 않은 두 가지를 모두 넣는다고 했다.


▲ 탕 안에 쫄깃하고 담백한 오리고기가 가득 들었다.(사진=장태욱)

국물 한 숟가락을 입어 넣었는데, 구수한 향과 함께 얼큰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몰려왔다. 들깨 가루와 함께 깻잎을 넣어, 깊고 진한 향이 난다.

탕 안에는 콩나물과 깻잎, 당면, 오리고기가 들어있는데, 오리고기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오리고기는 기름기가 없고 쫄깃한 살코기가 대부분이다. 오리고기로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웠다.

밥 얘기도 해야 겠다. 밥은 보통 쌀밥인데, 밥이 찰지게 적당히 익었다. 국물이 진하고 담백한데, 밥도 찰져 맛있으니 둘이 찰떡궁합을 이룬다. 마지막 남은 밥 한 숫가락을 국물에 말아서 싹 비웠다.

식당은 오리탕 말고도 순두부와 삼계탕과 영양탕을 판다. 순두부는 7,000원, 삼계탕과 영양탕은 1만 원이다. 참으로 소박한 가격인데도 우리가 있을 때 손님이 6명밖에 없었다. 구도심이 침체를 겪고 있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영양탕은 판매를 중단한 식당이 많은데, 여태 팔고 있다. 2027년 2월 7일부터 판매가 전면 중단된다고 한다.

원래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식당 사장님들 입장에선 생업이 걸린 문제니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언식당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로 26, 064-732-9027
순두부 7,000원, 오리탕 8,000원
삼계탕·영양탕 각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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