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하례1리 마당에서 장작이 타오르고 가마솥이 김을 내며 끓었다. 가마솥에서 갓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과 옛날식 피순대가 도감의 손을 거쳐 접시에 오르는데,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손님들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서로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음식상을 받은 사람들
강준만은 일찍이 한국사회를 ‘각개약진 공화국’으로 진단했다. 구성원 다수가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그래서 각각의 문제를 공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혹은 가족적 단위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이 어려움을 겪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라도 하
발리 도착했을 무렵, 우붓왕궁 주변에 아주 높은 탑이 만들어지고 있더니 며칠 후 거대한 보라색 황소 조형물이 왕궁 앞에 세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왕가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월에 돌아가셨는데 4월에 거대한 장례식을 한다고 합니다. 발리의 왕궁 장례식을 볼 수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다. 이때 내린 비는 한 해 농사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하늘에서 내리는 곡식비, 곡우라 하였다. 비를 맞은 보리의 키는 하루에도 반 자는 자란 듯하다. 잦은 비에 부디 적당한 곡우가 내리길 바랄 뿐이다.▲ 곡우에 보리가 자리는
백하르방이 전한 별씨인 귤꽃이 봄비를 잔뜩 머금고 참았던 웃음보따리를 풀었다. 꽃향기가 사방천지에 진동하니, 긴 내창에 배를 깔고 깊은 잠에 빠졌던 용이 비늘을 꿈틀대며 잠에서 깬다. 백하르방의 별씨 선물을 반겨 온 마을 주민들이 함께 춤을 추고 성대하게 잔치를 열 시
앞선 기사에서 수망리 장구못화전에 살았던 양씨 집안, 고 씨 집안 사람들의 기구한 사연을 전했다. 제주4.3 당시 화전민들은 토벌대에 피살되고 가옥은 무장대의 식량보관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 씨 집안은 천주교인 가족이 있었는데, 이재수의 난 때 화를 피해 장구못화전에
야속한 비가 주말 내내 내렸다.날이 개길 기다리다가 일요일 오후에야 마흐니 숲길로 떠났다.빌레 위에 숲을 이룬 곶자왈한겨울 추위를 버텨낸 나무는 초록 잎을 자랑하고바위를 덮은 이끼는 물을 머금고 연둣빛을 발한다.나무만큼 사랑스러운 시를쓸 순 없을 것 같아.달콤하게 흐르
‘제주 신화의 숲’(2022, 한그루) 강순희 작가 초청 강연이 18일 저녁, 남원드림센터에서 열렸다. 제남도서관이 ‘2024 제주로 책을 잇다’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행사인데, 시민 30여 명이 참석해 작가와 대화를 나눴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물음표로 읽는 제주 신
지난달에 제주도가 지원하는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제주도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혼자서 여러 번 제주에 왔고 지난해엔 혼자 2주 동안 자비를 들여 워케이션을 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워케이션을 다녀올 생각은 아니었다. MBTI의 대문자 P인 탓에(즉흥적이
제주시 연동 선덕3길, 제주지방경찰정 뒤편 골목인데 제주도청 부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 골목을 지나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풍경을 목격했다.제주시가 조성한 15면 남짓한 공용주차장인데, 30대 가까운 승용차가 시루 안에 콩나물처럼 빼곡하다. 마치 자동차를 싣고
<앞선 기사에 이어> 앞선 기사에서 수망리 장구못화전에 살았던 양씨 집안, 고씨 집안 사람들의 기구한 사연을 전했다. 제주4.3 당시 화전민들은 토벌대에 피살되고 가옥은 무장대의 식량보관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수망리 현경생(1929생)은 일제강점기에 부친이
일요일 새벽, 성읍리 좌보미오름을 향했는데갑자기 이름에 끌려 영주산 둘레길로 들어섰다.600년 도읍을 수문장처럼 지켜온 영주산천국 계단에 첫발을 내딛을 무렵,검을 구름 사이로 여명이 비치기 시작했다.하늘이 가까워지는 기분에 취해 발길을 옮기다 보니어느새 해는 중천이고
봄이 왔습니다.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 그치고 햇살 비추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이상기후로 벚꽃 개화시기가 1주일 빨라진다는 예보가 나왔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일정을 앞당겨 벚꽃축제를 진행했는데, 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4월 6일과 7일, 1박2
토요일 아침,늦잠이라도 자야 하는 시간인데습관처럼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새섬과 천지연을 이어주는 새연교그 위에 테우가 있고 그 안에 폭포가 있다.새벽녘 뱃고동 소리 장닭 소리보다 크다. - 故 오승철 시인의 ‘새연교' 제2연새섬을 연결한다고도 했고, 새로운 인연
제주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계절을 먹는 일입니다. 삼춘들 각자가 가진 우영팟에는 그 계절에 맞게 다양한 먹거리가 자라고 있지요. 우영팟에서 쑥쑥 올라오는 부추를 뜯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제주 향토 오일장 가는 일입니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시장 구경은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