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먹는 유칼립투스 거목, 왜 귤 농장 한 가운데에?
(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 5일, 서귀포에서 ‘큰낭 이야기 투어’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이면서, 코알라의 유일한 먹이로 알려진 유칼립투스. 고목 유칼립투스가 서귀포에 있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5일, 그 고목을 보기 위해 탐방객들이 서홍동 옛 ‘제주농원’을 찾았다. (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회장 정세호)가 주최하는 ‘제주마을 큰낭 이야기 투어’에 참가한 시민들이다.
(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는 올해 7월부터 ‘제주마을 큰낭이야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2024년 곶자왈·오름 등 생태관광 특화사업」의 지원을 받고 기획한 프로그램 투어인데, 참가할 시민을 사전에 모집하고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5일, 선돌 참가시나무 -학림동 몰고랑소 구실잣밤나무 - 금물과원 재래귤 - 면형의집 녹나무 - 분토왓 온주밀감 - 서홍동 은행나무를 순서대로 탐방했다.
■ 선돌 참가시나무
상효동에 불자들이 수행 정진하는 도량이 있다. 선돌선원이라 불리는데, 대한불교 선학원 선둘 정진원이다. 정진원 뒤쪽 50미터 지점에 거목 한 그루가 있다. 참가시나무인데, 성인 남자 세 명이 팔을 벌려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기둥이 두껍다.
탐방객을 인솔하는 정세호 회장은 참가시나무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조선시대 백호 임제(1549 ~ 1587)가 이곳을 방문해 남겼다는 시 구절을 소개했다.
■ 면형의집 녹나무
면형의집 자리는 원래 홍로성당이 있던 곳이다. 에밀 타케 신부는 하논성당에 부임한 후 교회를 서홍동으로 옮겨 ‘홍로성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훗날 홍로성당은 한국 순교 복자 성직수도회가 운영하는 수도원이 되었다. 1988년에는 증축을 거쳐 ‘면형의집’으로 바뀌었다.
면형의집 마당에는 거대한 녹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데, 수령이 250년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인들 사이에는 이 나무가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 야산에 자생하던 것을 옮겨와 심었다는 얘기가 전하는데, 실체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제주농원은 현재의 서귀포시 서홍동 한라산 산기슭에 있는 1만5000평 규모의 넓은 귤 농장이다. 수직 절벽이 북쪽을 받치고 있고 남쪽은 경사를 이뤄, 햇볕이 잘 들어 귤 재배에 유리하다.
일본인 니시모도와 미네가 1913년에 일본에서 온주밀감 묘목을 들여와 이곳에 제주도 최초로 근대식 감귤농장을 조성했다. 해방 이후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자로 유명한 강창학 선생이 농장을 인수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됐다.
100여 년 전에 심은 것들은 지금 보이지 않고, 훗날 새롭게 식재한 귤나무가 탐스럽게 열매를 품고 있다. 큰 감귤 창고가 3동이나 있어, 당시 농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농장 입구에 거대한 유칼립투스 한 그루가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코알라의 유일한 먹이로 유명한 유칼립투스는 독성이 있다.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얇아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기둥은 껍질이 벗겨진 채 콘크리트 기둥과 같은 색깔을 띠고 있다. 강창학 선생의 어머니인 김말래 여사가 호주 여행에서 돌아올 때 묘목을 가져와 심은 것이라니 1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세호 회장은 “유칼립투스가 이 일대의 이정표”라고 말한 후 “이 나무는 건축 자재로도 쓰이고 약용으로 효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 서홍동 은행나무
서홍주유소 북쪽 가까운 곳에 은행골목이 있다. 골목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 고목이 길게 이어지는데, 원주변씨 집안에서 결혼을 기념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원주변씨 변붕노는 1900년, 장조카인 병영원과 강계행의 혼례를 축하하는 의미로 씨앗 2알을 주었다. 그리고 다른 조카들에게도 씨앗 6알을 주어 심도록 했다. 그 씨앗이 싹을 내고 자라서 100년이 넘은 고목이 되어 서홍동을 상징하는 풍경을 만들었다.
정세호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향교나 학교에 은행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공자가 행단목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가로수로 식재할 뿐만 아니라, 열매는 식용과 약재로 쓰이는데, 특히 천식과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는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는 고목을 탐방하면서 나무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자연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투어교재로『제주마을 큰낭이야기』(2024, 정세호)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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