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하늘 호수'에서 타르쵸는 하늘 향해 바람을 일으킨다

[2024 티베트 여행기 ⑥] 하늘 호수 남쵸

여행 6일차인 8월 8일 목요일은 남쵸를 방문했다. 라싸에서 북서쪽으로 190킬로 정도 떨어진 남쵸는 라싸에서 가는 데 5시간, 돌아올 때 5시간, 왕복 10시간의 여정이다. 티베트어로 ‘하늘 호수’ 라는 의미의 남쵸는 해발 4718m에 위치한 호수로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성스러운 호수로 추앙받는다 한다.


▲ 남쵸로 가는 길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높은 산들(사진=유효숙)

이미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한 부부가 남쵸를 포기하고 호텔에 남기로 했고, 친구도 남쵸를 갈까 포기할까 고민하다 버스에 올랐다. 고도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에 버스에는 고압의 산소를 압축한 산소통을 준비해 놓았다. 몸에 산소가 부족하여 고산증이 나타는 것이기에 산소통으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호흡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한다. 친구와 나는 남쵸에서 비상용으로 작은 휴대용 산소 캔을 하나 사기로 했다.

버스로 긴 시간 이동하니 창밖으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끝없이 노랗게 핀 유채 꽃밭이 펼쳐지기도 하고, 보라색의 야생화가 피어있는 곳, 소의 종류인 야크를 방목하는 초원도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서귀포에서 겨울의 끝, 봄의 초입에 피는 유채꽃을 8월의 티베트에서 만나니,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 들판과 구름 낀 하늘이 넓게 펼쳐지는데, 티베트 유목민의 집이 보인다. 이런 고지대 고원에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게 신기하다.(사진=유효숙)

긴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 가이드 박 선생이 티베트의 풍습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보편적으로 일부일처제가 행해지고 있지만, 이전에는 야크 몇 십 마리로 지참금을 내고 신부를 데려와야 하는 전통적인 결혼 풍습이 있었다 한다. 형편이 좋지 않은 유목민들은 여러 형제가 한 명의 신부를 맞이하는 일처다부제도 있었고, 여유 있는 남자가 여러 명의 신부를 맞는 일부다처제도 있었다고 한다.

티베트의 전통적인 독특한 인사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티베트식 인사법은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이고 혀를 내미는 것’이라 한다. 9세기 경, ‘도깨비’ 라는 뜻을 지닌 랑다르마 왕은 머리에 뿔이 나 있어 항상 모자를 쓰고 있었고, 혀가 검어서 그의 검은 혀를 본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랑다르마 왕은 불교를 박해했는데, 탄압을 받던 승려들이 랑다르마 왕과 가족들을 찾아내 모조리 죽였다 한다. 이후 사람들은 랑다르마의 핏줄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모자를 벗고, 혀를 내밀어 ‘난 뿔이 없어요, 혀가 검지 않아요. 난 선한 사람이에요.’ 라고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인사를 했다고. 버스에 탄 사람들이 모자를 벗는 시늉을 하고 혀를 내밀며 티베트식 인사를 흉내 내어 보았다.


▲ 남쵸에 도착했다. 남쵸는  '하늘 호수'라는 의미있는데, 이름 대로 해발 4700미터 고지에 있다.(사진 유효숙)


남쵸로 가는 길에 5132m의 라첸라 패스를 거쳤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많이 불고, 얌드록쵸 가며 거쳤던 감발라 패스에서처럼 흐린 잿빛 하늘이다. 모두들 목도리와 얇은 패딩 등을 챙겨 입었지만, 겨울처럼 매섭게 추운 날씨에 놀라 바닥에 물건을 펼쳐 놓고 파는 노점상들 앞에 몰려가서 털모자, 망토 등을 하나씩 구입했다.

남쵸로 가기 위해서는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30분 정도를 더 가야 한다. 일행 중 한 분이 심한 고산증으로 라싸에서 타고 온 버스에 남기로 했는데, 함께 온 아내와 딸도 남쵸를 포기했다. 일행들 모두 안타까워하며 버스에 올랐다. 셔틀버스로 남쵸로 향하니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저 멀리 푸른 호수와 파란 하늘, 흰 구름이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호수의 길이가 70킬로, 넓이가 30킬로라니 어마어마한 규모였고 그 압도적인 풍경에 버스에 탄 사람들 모두 탄성을 질렀다. 야크를 방목하는 초원, 유목민들의 집들도 창밖으로 지나간다.


▲ 고지대에 맑은 호수가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진 남쵸. 티베트인들에게 성스러운 호수로 인정을 받는다. 왼쪽에는 야크가 호숫가에 있는 장면이다.(사진=유효숙)

남쵸에서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먼저 오색의 타르쵸 걸기 체험을 했다. 티베트 사람들은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쵸가 대기를 정화시키고, 신과 인간을 연결하며, 신의 가호를 받게 해 준다 믿는다 한다. 타르쵸의 흰색은 쇠, 노란 색은 흙, 초록색은 나무, 파란색은 물, 빨간색은 불을 의미한다. 이 다섯 가지 색상의 타르쵸에는 티베트 문자와 문양이 프린트 되어 있고 이를 하얀 끈으로 깃발처럼 연결해 놓았다.

우리도 타르쵸에 각자 한 장 씩 자신의 소망을 매직으로 적었다. 환경운동을 하는 친구는 지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고, 나는 ‘마음의 평화’ 다섯 글자를 하얀색 타르쵸에 적었다. 우리의 타르쵸는 남쵸 한 귀퉁이에서 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 남쵸 한쪽에서 타르쵸가 펄럭인다. 티베트사람들은 타르쵸가 대기를 정화하고 신께 마음을 전한다고 믿는다.(사진=유효숙)

고도가 높은 남쵸에서는 천천히 걸어야 했다. 비상용으로 산 산소 캔을 친구와 번갈아 들이마시며 호수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다행히 친구는 잘 버텨서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해가 있는 청명한 날씨여서 호수는 에메랄드 색으로도 짙푸른 청색으로 아름답게 일렁였다. 푸르른 빛의 호수, 해발 7000미터 급이라는 짙은 보라색과 파란색을 겹쳐 놓은 듯한 넨첸탕그라 산맥이 호수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늘 호수에서의 짧은 체류 후, 다시 셔틀버스, 버스로 환승하여 다섯 시간이 걸려 라싸로 돌아왔다. 티베트에 온 이후 처음으로 삼겹살 구이가 나오는 한식 저녁이 나왔다. 생일을 맞은 일행 분이 있어 인솔자가 준비한 깜짝 생일파티와 함께 티베트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알코올 섭취가 허용되었다. 라싸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맥주, 소주, 콜라를 들고 건배를 할 수 있었다.

유효숙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몇 년 전 은퇴했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의 집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노랑 고양이 달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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