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물 날려 하네” 고흥에서 이주하고 50년 살았는데

테마파크에서 눈물 흘린 눈물의 의미 그리고 푸시킨의 시

지난 주중에 교회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교회가 시골에 있는지라, 어르신들 대부분은 평생 농사를 지은 분들입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의 특징이 있다면, 제주도에 있는데 제주도 출신보다는 예전에 제주도로 이주한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교회가 자리 잡은 마을의 인구 구성이 그렇습니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S테마파크를 나들이 장소로 결정했습니다. 1960년대 무렵의 서민의 생활공간을 재현한 공원인데, 갈 때마다 옛날 생각에 잠기는 곳입니다. 삶에 쫓겨 나들이 갈 여유도 없던 어르신들인데, 이런 곳에서 예전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 옛날 방을 재현한 것을 바라보는 권사님(사진=장태욱)

테마파크에 들어서서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데, 이 권사님이 발길을 옮기지 못합니다. 멈춰선 곳은 예전 서민이 살았을 만한 방을 재현한 공간입니다. 방에는 아이 셋이 한 이불을 덮고 자는데, 자리가 없는 엄마는 아기와 함께 벽 모퉁이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이거 보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 아이고, 눈물이 날려 하네.”

이 권사님은 전라남도 고흥이 고향입니다. 20대 초반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는데, 생활이 몹시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으로부터 제주도에 가면 일만 열심히 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50년 전의 일인데, 당시는 제주도에 감귤이 도입돼서, 농장을 만드는 일에 사람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 길로 남편과 함께 아기 둘을 데리고 제주도로 왔습니다.




맨손으로 낯선 제주도에 와서 겪었을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후에 아기 둘을 더 낳아서 4남매를 제주도에서 키웠습니다. 이 방을 보면서 객지에서 맨몸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자녀 4명을 키워야 했던 지난 삶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러니 눈물이 흐를 수 밖에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테마파크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 권사님을 보면서 푸시킨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우린 모두 가난했던 시절, 배가 고팠던 기억을 밑천으로 삶을 지금의 삶을 지탱합니다. 지금 삶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건, 더 고단하던 시절 기억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괴롭고 슬프지만, 지나간 것은 이후 모두 소종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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