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마을 서귀포시 상대 20년 끈질긴 소송, 빼앗긴 바다 되찾았다
[아카이브 월평마을과 바다 ④] 법원, 월평어촌계에 어업권 되찾아줬다
월평마을 주민들이 1971년 이후 빼앗겼던 어업권을 되찾을 길이 열렸다. 그동안 해녀 탈의실도 없이 바위그늘에서 몸을 녹이고 잠수복을 갈아입던 해녀들도 이제 기본 권리를 되찾을 길이 열렸다. 다만, 강정동어촌계가 월평 해안에서 어업행위를 하는 것은 당분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월평어촌계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어업권을 회복할 수는 있어서 다행이지만, 강정마을 어민들과 어업 구역을 조정하거나 공동어업 구역을 설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월평어촌계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어업면허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 선고공판이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 3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홍순욱 수석)는 서귀포시가 2023년 월평어촌계에게 어업면허를 허가하지 않은 처분은 법이 주는 재량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월평마을 주민들에게 50여 년 만에 어업권을 되돌려주는 판결이다.
월평어촌계는 지난해 5월 29일, 월평해안에 대해 2024년 5월 30일부터 2034년 5월 29일까지 마을어업 면허를 허가할 것을 신청했다. 해당 구역은 지난 1971년 이래로 강정동 어촌계가 어업권을 행사하던 구역이다.
서귀포시는 해당 구역이 강정동어촌계 어업면허 구간과 중복되기 때문에 ‘중복면허처분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2024년 5월 23일, 향후 10년간 강정동어촌계의 어업면허를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허가증을 발급했다.
1심 재판부는 서귀포시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어촌계 상호간에 어업구간이나 조업 방법 등과 관련해 분쟁이 있을 경우 관할 행정청은 어촌계 상호간의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어업자의 공동이익이 증진되도록 해야 하는데, 서귀포시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서귀포시청이 월평어촌계가 신청한 어업면허를 허가하지 않은 처분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과, 월평어촌계가 입을 불이익을 충분히 비교하지 않은 채 처분을 내렸다며,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고 따라서 불허가처분은 위법하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마을어업권은 어촌계의 변화에 따라 이전·분할·변경이 가능하고 어촌계 상호간에 공동 어업수역의 설정도 가능하다.”라며 “수산업법은 시장 등이 어업면허를 할 때 어업조정을 위해 필요하면 어업면허를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데, 서귀포시는 월평어촌계의 어업면허 신청을 심사할 때 유효기간이 10년 연장된 강정동어촌계의 어업구역과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어업면허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원고(월평어촌계)의 청구는 이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강정동어촌계의 어업면허 연장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는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판결문을 요약하면, 서귀포시청이 월평어촌계의 어업면허 신청을 접수했을 당시, 강정동어촌계와의 어업구역 조정 등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반려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서귀포시청이 강정동어촌계에게 연장 허가한 어업면허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어서 무효로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월평해안에서 월평어촌계와 강정동어촌계가 모두 어업면허를 행사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어업구역을 조정하거나 공동어업 구역을 설정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졌다.
월평마을은 해안을 끼고 있고, 오래전부터 주민 일부가 어업에 종사했다. 그런데 오랜 기간 마을 어장에서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1971년 수산업법이 개정된 이후 어촌계 설립과 어업면허 취득과 같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1년 수산업법은 시장·군수는 어장을 구획하고 지선어민(어촌계)에게 면허를 발급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민들이 어촌계를 결성하고 어업면허를 신청했는데, 월평 어민들은 그 절차를 등한시했다.
월평동 주민들은 뒤늦게나마 어업권을 되찾기 위해 첫 단계로 2013년 10월, 서귀포시에 어촌계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서귀포시는 월평어촌계가 어업구역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고, 월평어촌계는 ‘반려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섰다. 2014년 11월 4일, 제주지방법원은 서귀포시가 월평마을 어촌계 설립인가 신청을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로 월평마을은 어촌계를 설립할 수 있었다.
월평어촌계와 서귀포시가 소송을 벌이는 와중에 강정동어촌계는 2013년 월평해안을 포함하는 구역에 대해 어업면허를 신청해 취득했다. 기간은 10년인데, 자동적으로 추가 10년을 연장할 수 있으니, 사실상 2034년까지 면허를 취득한 셈이다.
월평어촌계는 서귀포시가 지난 2013년 어촌계 설립 신청을 반려하지만 않았더라도, 어업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당시 서귀포시의 행위가 부당했으므로, 서귀포시가 강정동어촌계에 발급한 어업면허 발급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월평어촌계는 지난해 9월에 월평 해안에 대해 어업권을 되찾기 위해 서귀포시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청이 월평어촌계에 내린 어업면허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과 강정동어촌계가 월평해안에서 어업활동을 하도록 허가한 어업면허의 연장을 금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 등이다.
법원은 어업면허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는 요청에는 응했는데, 강정동어촌계의 어업면허 연장을 금지해달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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