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남지만 칸트 철학으로 위로 받았다"
도민대학 ‘『순수이성비판』읽기’ 5강좌 30일 저녁, 카페 라바르에서 열려
칸트 탄생 300주년을 맞아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에서 『순수이성비판』읽기’ 강좌가 마무리됐다. 강좌에 참석한 시민들은 모처럼 귀한 강의를 듣게 되어 기쁘고 보람이 있다는 반응을 밝혔다. 강의를 맡은 김상봉 교수는 시민들이 너무도 진지하게 강의를 들어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강좌를 준비한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진희종 원장은 애초에 강좌를 개설하면서 객석을 채울 수 있을지 한편으로 걱정했는데, 높은 경쟁률과 강의실의 진지한 분위기에 놀랐다고 밝혔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원장 진희종)이 마련한 제주 도민대학 ‘제주에서 『순수이성비판』읽기’ 5차시 강좌가 30일 저녁, 서귀포 복합문화공간 라바르에서 열렸다. 이날 주제는 ‘내 앞에 보이는 것이 정말로 있는 것일까?’인데, 그간의 강의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김상봉 교수는 형이상학에 대해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전체를 인식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기존이 철학을 모든 인식을 ‘대상에 대한 인식’으로 규정했는데, 칸트는 인식이 대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인식을 따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세계가 이렇게 있는 것은 우리 이성이 규정한 것일 수 있다.”라면서도 “자연은 순수이성이 시뮬레이션한 것이지만 역사와 생명은 기계적 인과성으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순수이성이 대상을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의 첫 단계는 재료를 무질서하게 펼쳐놓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인과법칙에 따라 질서를 바로잡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 장이 시간과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존재와 비존재, 물질과 비물질이 시간과 공간 속에 펼쳐져 있다.”라며 “지금은 그런 점에서 철학과 과학이 대화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신의 입장에서는 전체와 개체는 하나인데, 인간은 스스로를 창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영원한 타자”라며 “거기에 인간 존재의 유한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이 차례로 강의를 들은 소감을 발표했다.
곽동일 씨는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이 가능하다는 대목이 좋았다. 일생의 마지막 칸트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시즌2가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라고 말했고, 김은이 씨는 “처음 강의를 신청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교수님이 문학적 비유와 동양적 사상을 곁들여 설명해주시니 좋았다.”라고 말했다.
최보연 씨는 “그동안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무지의 가능성을 지적한 칸트를 통해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게스트로 김상봉 교수의 지인들이 멀리서 강의실을 찾아와 강좌를 들었다. 성소은 씨는 “김상봉 교수를 만나서 평면적 칸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상봉 교수님은 ‘나는 나에 대한 피안’이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나는 나를 구원할 수 있는 동아줄이라는 말대로 깊이 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철학 강좌를 통해 내면의 성찰을 동반하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내면의 울림을 경험하길 바란다.”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수많은 말 중에 위로가 되었다는 말이 가장 고맙다. 위로가 있다는 건 번뇌와 고통이 있었다는 말이다. 함석헌 선생은 ‘모든 앎은 앓이’라고 했는데, 그런 번뇌와 고통에 철학은 위로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진희종 원장은 처음에 강좌를 기획하면서 객석을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강좌 신청을 오픈하자마자 신청자가 몰렸고, 강의를 신청한 시민들은 끝까지 강의를 들었다며, 내가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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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