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도화전은 화전사 연구의 나침반, 이름부터 틀려서야

[한상봉의 ‘제주도 화전 ㊸] 서홍동 생물도화전(1)

서홍동 생물도 화전은 산록도로 북쪽 서홍동 2559~2564번지 일원에 살았던 화전 지역이다. 일제총독부가 제작한 「1918년 조선오만분일지형도」중 제주지형도에 생물도(生水洞)가 보인다. 솔오름에 인접한 서북쪽 기슭에 동홍동 연자동이 있고, 그 서쪽 서홍동에 생물도가 있다. 지형도에 표시된 화전 집은 1918년 기준, 각각 5~6호에 불과하다. ‘추억의숲길’에서 만나는 화전터 돌방아가 있는 곳은 2564번지인데, 고 씨 화전 집터가 있는 자리다.


▲ 1918년 조선오만분일지형도에 나타난 생물도 주변. 미악산 서쪽에 연자골이, 그 서쪽에 생물도가 나온다.

하지만 생물도를 안내하는 간판에는 이곳을 연자골이라 표시해 동홍동 화전 연자골을 서홍동 화전마을로 만들어 버렸다.

이는 서홍동 마을지 『西烘爐(서홍로) : 1996』에 이곳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기록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2022년 9월 25일자 서귀포신문에 ‘추억의 숲길 주변엔 화전민 마을 ‘생물도’ 있었다’라는 글을 기고한 바가 있다.

마을지 지명 편에는 생물도(生水洞)가 ‘목축지 안 위쪽 상잣 아래 있었다. 동쪽 냇가에 산물이 나는 데가 있어서 지어졌다. 성안 봉아오름에서 넘어온 진주 강 씨가 처음 터를 잡고 살았었다’라고 기록됐다. 한편, 같은 책 연자골 화전 터와 관련해서는 연재골(燕子洞) 이 ‘생물도 동쪽 내를 건너는 곳. 애월에서 진주 강 씨가 넘어와 살다가 4·3사건 때에 희생되어 없어졌다.’라 기록됐다.

『동홍지(東烘誌) : 2003』 화전마을 편에 ‘동홍마을 미악산(솔오름) 서북쪽에 연저골(연제골)이란 곳이 있다. 연저골 서북쪽 300m 지점에 생수가 솟아나는 곳이 있다…(중략)…1930년대 15호가 화전생활을 하며 살았던 곳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같은 책에 ‘산물어어위’가 소개되길 동홍동 산 20번지(속칭 장태코) 근처에 ‘연자골에는 15가구 정도가 살았는데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으며…’라 되어 있다. 연자골이 동홍동 지경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내용처럼 생물도는 서홍동에, 연제골은 동홍동에 있던 화전마을이다. 마을지 『동홍지』에 연제골 화전이 15호라는 것은 15명의 오기인 듯하다. 연제골(연자동)화전에 대하여는 앞전에 동홍동 화전마을 편에 소개한 바 있다.

생물도 화전민이 화전을 일군 지역은 인근 목장지를 비롯해 마을터에서 북쪽으로 해발 560미터 고지까지 이른다. 이곳엔 산전 돌담을 이용해 제주4·3 당시 군경주둔소가 만들어졌다. 이외도 검은오름 북쪽 철탑 부근 해발 640미터 고지에서도 화전 집터와 ‘속구린질’이 확인됐다. 집터 크기는 4mx8m 내외이고 이웃한 곳에도 작은 집터가 보여 여러 가족이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


▲ 철탑 북쪽 화전터. 돌담을 쌓아 만든 속구린질인데, 사람과 가축이 이동하는 통로였다.(사진=한상봉)

생물도에 화전민이 언제부터 들어와 살았는지 정확히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행히 개인이 소장하던 『서홍화전동호적초(西洪火田洞戶籍草)』를 확인했는데, 1914년 토지조사사업 시의 지적원도와 서홍동호적초를 비교하면 생물도와 주변 화전이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 생물도화전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전의 소멸과정도 가늠할 수 있었는데, 과거 일본인 학자들이 주장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 확인됐다.

그런 의미에서 생물도화전은 제주도화전의 이해를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생물도화전을 매개로 제주도 화전사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상봉 :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시간이 나는 대로 한라산을 찾아 화전민과 제주4.3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제주의 잣성」,「비지정문화재100선」(공저), 「제주 4.3시기 군경주둔소」,「한라산의 지명」등을 출간했다. 학술논문으로 「법정사 항일유적지 고찰」을 발표했고, 「목축문화유산잣성보고서 (제주동부지역)」와 「2021년 신원미확인 제주4.3희생자 유해찿기 기초조사사업결과보고서」, 「한라산국립공원내 4.3유적지조사사업결과 보고서」등을 작성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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