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가 많아 메체왓장기판 같은 집터화전민 떠난 자리는이제 나무들 차지다억겁의 세월에도풍화 끝나지 않은 서중천구겨진 시간만큼헝클어진 바위들새벽마다 이슬 담고우기마다 빗물도 담고파란 하늘, 맑은 바람새의 노래도 담았다.돌아오는 길햇살에 빛나는 아침 안개급히 상념 덜어내
뮤지션들이 청바지와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걸 보면 꽤나 젊어 보인다. 그런데 머리에는 패랭이를 썼고, 패랭이를 벗고 보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회원들도 있다. 색소폰과 전자기타, 전자 오르간, 드럼 소리가 어우러져 밤 항구를 수놓았다. 공연 덕분에 관객들은 여름밤,
어느 마케팅 전문가는 백화점을 신들의 놀이터이자 신들의 박물관이라 표현했다. 백화점 문을 들어서면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제우스, 헤라, 미네르바 등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가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현대화된 신전인 셈이다. 분명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이른 아침푸른 하늘 열리자달려간 물영아리오름먼 하늘 어느 별자리이 섬에 닿아항아리 같은 분화구에긴 세월 돌고 돌며모든 생명의 씨앗누르고 다진 타임캡슐흰뺨검둥오리 새끼와뒷다리 달고 나온 개구리더위를 모르는 채평화의 하계올림픽PHOTO BY 양희라
여름 휴가철이라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 많아졌다. 서울에 기반을 둔 언론사들이 제주도가 여행지로 매력을 상실했다고 습관적으로 보도하지만, 이 계절 제주도 구석구석은 여행객으로 넘친다.더운 시기에 제주도를 찾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있는데,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부부이던 연인이던 커플을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하고 묻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의 사랑의 서사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만남의 순간이나 사랑의 굴곡의 순간들을 맛깔나게 이야기할 줄 아는 화자가 이야기하는 자
찌는 도심 빠져나와찾아간 한라산운석구덩이 같은웅덩이에노루 눈물이 고여사라오름 산정호수시인 정지용이그토록 그리워하던‘파아란 하늘빛’을 담았다능선 너머 보이는아련한 서귀포맑은 호수로마음 채우고 간다PHOTO BY 양희라
장마가 지나가자 꽃이 귀해졌다. 한때 거리를 수놓았던 수국도 빛이 바랬고, 화사한 능소화도 꽃의 수가 부쩍 줄었다. 꽃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환경이 열리고 있다.화사한 것들이 줄어드는 시기, 배롱나무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마을에 있는 연주 현씨(延州 玄氏) 가족묘지에 붉
제주시 외도동 정난주성당 주변을 지나는데, 수박 밭에 눈에 들어옵니다. 농부가 그늘막을 설치하고 수확한 수박을 팔고 있습니다. 수확이 끝난 밭에는 깨지거나 상처 난 수박이 굴러다닙니다.수박 가격을 물었는데, 가격이 예상 밖으로 비쌉니다. 작은 게 1만 원정도 큰 게 1
장마 멀리 보내고다시 찾은 ‘추억의 숲길’시간 멈춰버린 것처럼침묵만 남은 공간발자국 남지 않는자갈길 위에발바닥으로 시 한 수 지었다.여름 숲,네 숨을 마시고네 안에서 풍경이 되고 싶다.PHOTO BY 양희라
무더위와 씨름하는 계절이다. 잠을 자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괴로운 시간이다. 에어컨에 의지해서 낮 시간을 보내는데, 이게 없을 땐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며 의아해진다. 그런데 귤나무 가운데 이 무더운 여름을 특별히 기다리던 나무가 있다. 바로 금귤나무인데, 꽃을 하
이은경 대표는 제품 개발과 출시에 앞서 제주테크노파크(JTP)에서 창업과 마케팅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할머니에게 빌린 돈 2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주식회사 바이오누리지(BioNewledge)를 설립했다. 그리고 2023년 서귀포 스타트업베이에 입주했고, 창업아카데
20대에 외국을 오가는 일을 했다. 독특한 경험이 많았는데, 1994년 1월,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City of Fort Lauderdale)로 가던 날을 잊지 못한다. 만 하루를 비행기에서 보낸 후 호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로 겨우 배를
해무(海霧) 자욱한 날 발길 인도한 천지연 폭포서늘해진 천연난대림 저녁 이슬에 젖어 짙은 여름 냄새를 뿌린다. 물 위로 피어오른 밤안개가로등 감싸 안은 밤 길을 꿰뚫는 건 시인 김수영이 노래한 폭포의 곧은 소리PHOTO BY 양희라
길가 과수원 한 모퉁이에 참깨가 꽃을 피웠다. 꽃이 핀 줄기 아래에 꼬투리가 줄줄이 맺힌 것으로 보아 막바지 꽃이다. 트럼펫을 닮은 하얀 꽃이 비에 젖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빗물에 향기가 씻겼을 텐데, 비가 그치자마자 꿀벌이 달아들어 꽃을 파고든다. 이러다 소나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