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500미터 신의 땅, 1400년 고찰에서 “옴마니 반메 훔”

[2024 티베트 여행기 ②] 하늘 아래 첫 풍경, 라싸

서안에서 중국동방항공의 국내선으로 라싸까지 3시간20분이 걸린다. 라싸가 가까워지자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달라졌다. 8월 4일, 라싸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 가이드가 마중을 나와 환영의 의미로 한 사람 씩 목에 흰색 가타를 걸어준다. 티베트에서는 만남과 이별의 순간에 환영과 축복의 의미로 긴 스카프 같은 가타를 걸어준다 한다. 이 가타는 불상에 바치기도 한다는데. 이후 방문한 여러 사원에서도 불상에 바쳐진 가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티베트어를 하는 현지 가이드가 나오려나?’ 싶었는데 티베트를 안내할 현지 가이드도 장족이 아닌 조선족 여인인 박 선생이다.


▲ 우리가 방문한 민가. 하얀 벽돌이 푸른 하늘과 대비된다.(사진=유효숙)

버스를 이용하여 차창으로 라싸를 감싸는 얄룽창포 강을 바라보며 공항에서 라싸 시내로 들어왔다. ‘신의 땅’ 이란 의미를 지닌 라싸는 해발 3650 미터의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티베트의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이지만, 지금은 중국에 속한 시짱자치구의 한 도시이다. 티베트 전체 인구가 350만인데 라싸에서는 87만 정도가 살고 있다. 티베트 장족이 주로 살고 있지만, 중국의 이주 정책으로 한족도 이제는 많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라싸의 식당에서 접한 점심 식사는 서안에서 먹은 중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소박하다는 느낌이었다. 점심 식사 후 가이드는 고산증 예방을 위하여 ‘홍경천’이라는 뿌리를 달인 음료를 나누어 주었다. 약간 새콤한 맛의 붉은 색 음료인데, 고산증 예방에 좋다고 하여 일행들은 모두 마다하지 않고 한 컵 씩을 받아 마셨다.


▲ 집은 손님을 맞을 정도로 잘 정돈됐다.(사진=이순)

▲ 선반에 가족의 사진과 소중한 물건이 진열됐다.(사진=유효숙)

점심 식사 후, 티베트 민가를 방문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노부부의 집이었다. 비교적 깔끔한 거실로 안내되어 야크버터차와 보리빵인 짬바, 칭커(보리)로 빚은 술 등을 대접받았다. 버터차는 물을 끓인 후 차에 버터와 소금을 넣은 차였는데 짭짤하면서 구수한 맛이었다. 수유차라고도 한다. 거실에는 커다란 시진핑 주석의 사진이 걸려 있어 생경한 느낌이 들었고, 한 쪽 구석에는 기도할 수 있는 작은 불당도 마련되어 있었다. 여행사 안내 책자에는 티베트 민가에서 티베트 사람들과 티타임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고 되어있었는데 주인장들은 차와 간식을 내오고는 사라져 버려서 실제 티베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주인장이 가족 중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언어를 이해 못해도 “지금 한국 사람들 와 있어. 끊어.”라는 내용인 것 같아 다들 웃었다. 티베트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내면서도 여행의 마지막까지 티베트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접하거나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점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웠다.

민가를 나와 바코르 광장과 죠캉사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티베트인들이 일생에 한번은 순례로 다녀오고 싶어 하는 최고의 성지이다.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죠캉사원의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가이드는 사원 안에서 불상을 가리키는 손가락질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다. 사원의 내부는 어두웠다. 죠캉사원은 7세기(647)에 건립된 티베트 최초의 목조 건축물로 황금색 지붕을 지닌 4층 건물이었다. 티베트를 통일한 송첸 캄포 왕과 정략결혼한 당나라의 문성공주가 시집오면서 가져 온 석가모니 상이 모셔져 있다. 사원의 이름인 죠캉은 티베트어로 석가모니가 모셔진 불당이라는 뜻이라 한다. 내부의 벽면과 회랑에는 티베트의 역사적 인물들과 불교에 관한 이야기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었다.


▲ 죠캉사원. 7세기에 건립된 고찰로 라싸 주민들의 정신적 구심이다. 이곳에서 난 티베트 불자들에 섞여 "옴마니 반메 훔"을 외우며 마니차를 돌렸다. 오른쪽 사진은 마니차를 돌리는 티벳 불자들.(사진=이순)

죠캉사원에서 티베트 사람들, 한족 관광객들에 섞여 친구와 나도 ‘옴마니 반메 훔 ’을 외우며 마니차를 돌렸다. 마니는 ‘진리를 상징하는 귀한 보석’이고 차는 ‘수레’라는 뜻이라 한다. 마니차는 둥근 원통 모양인데 그 안에 불교 경전이 들어있어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릴 때 마다 경전을 한 번 읽은 것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넓은 고원에 흩어져 유목을 하는 티베트 사람들 중에는 글을 읽을 수 없는 문맹이 많았을 테니 마니차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불교 경전을 읽었다며 위로받을 수 있 있었으리라. 이후 티베트의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되는 마니차들은 열쇠고리 같은 미니어처부터 커다란 원통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죠캉사원에 접해있는 바코르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점들로 인산인해였다. 오후의 햇살이 뜨거웠다. 광장과 사원 주변에는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오체투지는 불교신자들이 자신을 낮추면서 불, 법, 승의 삼보에 최대의 존경을 바치기 위해 무릎,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대고 마음으로는 불경을 외우는 행위이다. 농번기인 가을 끝에서 겨울로 접어들면 이곳은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몇 달 동안 오체투지를 하며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라싸까지 순례를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오체투지례는 교만을 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예법이라고 한다.


▲ 민가에서 차를 대접받았다.(사진=이순)

라싸의 호텔로 체크인 하기 전 저녁식사를 하며 가이드는 “어떤 사람들이 오체투지를 하던가요?” 하는 질문을 했다. “어린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던가요?” 그랬다. 티베트 전통의상을 입고 오체투지를 하던 사람들 중에는 어린아이들이 꽤 있었다.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순례자들이 꽤 있지만 아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에게 다가와서 ‘배고파요’ 하며 돈을 달라하는...” 아이를 앵벌이로 내모는 행태는 세계 각국의 어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아직 세상의 순수함이 남아있을 것 같은 이곳에서도 오체투지를 하며 아이를 앵벌이 시키다니. ‘오버투어리즘의 한 단면인가’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저녁 식사 후 포탈라 궁의 야경을 보기 위하여 포탈라 궁의 맞은편에 위치한 공원으로 갔다. 저녁 시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포탈라 궁의 야경을 보러 나왔다. 야간 조명을 밝힌 신비한 모습으로 우뚝 선 포탈라 궁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계속>

유효숙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몇 년 전 은퇴했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의 집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노랑 고양이 달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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