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끼’ 지혜로 흥이 넘치는 야시장, 예전 토산은 잊어라

‘옥토끼마을 달빛향기 야시장’ 20일, 토산1리에서 열려

‘옥토끼마을 달빛향기 야시장’이 20일, 웃토산 테마체험관에서 열렸다. 토산1리 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가 옥토끼마을을 테마로 주민들이 장터를 열었다. 주제는 ‘놀멍, 먹으멍, 즐기멍’이다. 이웃들과 어우러져 놀면서 장터에서 음식도 나눠먹고, 그러면서 멋진 음악도 감상하는 잔치다. 어른과 어린이, 토박이와 이주민, 주민과 여행객이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박수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옥토끼 마을 달빛향기 야시장'에서 어린이들이 팝콘을 만들어 팝콘을 만들어 팔았다.(사진=장태욱)

야시장이 열린 웃토산 테마체험관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지난 4월, 'Re(里)-START 지역상생특화사업」제44호점으로 개점한 '별빛·달빛·귤빛 테마마을'에 마련됐다. ‘별빛·달빛·귤빛 테마마을’은 지난 귤꽃향기 축제에 맞춰 야시장을 개최하며 주민의 문화공간으로 주목을 받았다.

20일 열린 달빛향기 야시장은 주민들이 직접 제품을 가져오거나 만들어서 판매하는 장터다. 어떤 이는 집에 남는 옷과 모자를 가져와 팔고, 어떤 이는 음식을 만들어서 팔았다. 잔치 같은 야시장이라 음식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 달빛향기 야시장에 많은 사람이 와서 먹고 즐기고 놀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사진=장태욱)

토산리 라인댄스 동호회원들이 부침개와 잡채를 현장에서 만들어 팔았다. 부침개 한 접시, 잡치 한 접시가 각각 3000원, 그냥 재료비만 받는 수준이다. 독일식 부어스트 빵을 파는 이주민 부부도 있었는데, 역시 소지기를 구워서 빵에 얹어 파는데 역시 1개에 3000원. 숯에 불을 붙이고 소시지를 굽는 수고에 비해서는 너무 착하 가격이다.

라인댄스 동호회 회원은 “우리가 이거 재미로 하는 거지 돈 벌려고 하겠냐?”라며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걸 보니 기쁘다.”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부어스트 빵을 파는 조해리 씨는 “독일에 살다 왔다. 부모님이 토산리에 사시는데 그동안 종종 토산리에 왔는데 우리도 정착하기 위해 왔다.”라며 “우리가 독일에서 먹던 빵을 주민들과 나눠먹고 싶어서 장터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 독일에 살다 온 이주민 부부가 이날 야시장에서 독일식 부어스트 빵을 만들어 팔았다. 숯불에 소시지를 굽고 빵에 얹어 만드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빵 한 개에 3000원. 그냥 기쁨으로 하는 일이다.(사진=장태욱)

어린이 부스에선 토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팝콘을 팔았다. 김소희 어린이는 “여기에서 팝콘 튀기는 걸 배웠다.”라며 “오늘 많이 팔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팝콘을 한 봉지에 2000원씩 팔았는데, 수익금인 참여한 어린이 4명이 나누기로 했다.

음악 공연이 장터에서 열려서 즐거움이 더해졌다. (사)제주문화예술공동체는 8월부터 10월까지 도내 여러 곳에서 ‘우리들 섬마을 예술축제’를 개최하는데, 토산1리 공연이 이날 야시장에서 열렸다.

뚜럼부라더스사 흥겨운 제주어 노래를 선보였고, 퓨전 국악그룹 ‘소리께떼’가 플라밍고와 우리노래를 결합한 공연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 이날 야시장은 '우리들 섬마을 예술축제'와 함께 열렸다. 퓨전 국악그룹 소리께떼가 흥겨운 플라밍고를 연주하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토산1리는 그동안 과거 무속으로 덧입혀진 부정적인 이미지와 제주4·3의 집단학살을 거치며 많은 서러움을 겪었더 마을이다. 2010년 전후로 마을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토끼 마을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웠다. 토산(兎山)의 ‘토(兎)’ 자가 토끼를 의미하는데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그 단순한 아이디어가 옥토끼 마을 야시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던 소리께떼는 앵콜송으로 수궁가에서 토끼가 용궁에서 살아남기 위에 꾀를 부리는 대목을 노래했다. 용궁에서 살아나려고 애쓰는 토끼나, 활력을 찾기 위해 토끼를 찾은 토산리 주민이나 결국 중요한 건 위기 가운데 빛나는 한 줄기 아이디어와 노력. 그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토끼처럼 오순도순 어우러진 마을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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