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마흐니숲길, 내 마음에 품은 모든 걸 담았다

가을 마흐니숲길 생각에
마음 촉촉해져서
간밤엔 가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호수처럼 불어난 장구못
빗물과 함께
옛 화전민의 노래도
가득 담았고

시루떡같은 용암대지
흩어진 바위 위에도
높고 우뚝한 것들이
연둣빛으로 하늘을 가린다.

수만 년 전
용암 흘렀던
좁은 틈새로
조잘조잘 물줄기 흘러

말이 쉰다는 마흐니숲인데
내 마음에 품은 모든 것들이
가을,
이 숲에 있다.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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