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몸통만으로 누워있는 토우들, 현기증이 난다

[2024 티베트 여행기 ①] 서귀포- 제주- 김포- 인천에서 시안으로

8월 3일 오전, 서안으로 떠나는 티베트 여행을 위해 2일 오후 제주공항 행 버스에 올랐다. 제주공항 - 김포공항 - 인천공항을 거쳐 인천공항 2청사 근처의 호텔에서 하루 밤 묶기로 했다. 9시10분 출발 비행기에 맞춰 3시간 전인 6시10분까지 오라는데 제주에서 첫 비행기를 타도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일정이다. 같이 떠나는 서울 사는 친구와 인천공항 2청사에서 만나 갈비탕 한 그릇씩을 뚝딱 먹고 호텔 행 셔틀버스를 탔다.


▲ 한나라의 네 번째 황제인 한경제의 무덤인 한양릉(사진=유효숙)

“왜 지금 티베트를?” 혹은 “왜 이제야 티베트?”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티베트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 곳은 쉽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이라는 티베트 고원에서의 고산증이나 20시간 넘게 타는 청장열차, 여행 중 맞이할 여러 가지 불편 등을 생각하면 티베트는 쉽게 마음먹기 어려운 여행지 중의 하나였다. 가고는 싶지만, ‘과연 갈 수 있을까?’ 하고 망설여지던 미지의 세계...

지금은 중국의 자치구 중의 하나인 시장자치구가 티베트다. 14대 달라이 라마가 1959년 망명길에 올라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웠지만 티베트는 이제 독립국가가 아닌 중국의 특별자치구 중 하나일 뿐이다. 중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강화된 여러 가지 지침들, 여행 중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 외교부 문자로 날아왔다.

3일 아침, 일찍 인천공항 인근의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호텔 셔틀버스로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티베트는 이제 개별여행이 금지되어 가이드의 인솔 하에서만 여행이 가능한 곳이 되었다 한다. 중국 단체비자로 입국하게 되어 중국 입국 시 단체비자에 기재된 순서대로 심사대를 통과해야 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인솔자에게 전달받고 항공권을 받아 짐을 부쳤다. 성수기 휴가철이라 인천 공항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출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가득한 항공사 라운지에서 간신히 자리를 잡고 커피와 간단한 조식을 먹을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 시안에서 먹은 점심식사에 열 가지 넘는 요리가 나왔다.(사진=유효숙)

9시10분, 경유지인 시안으로 떠나는 대한항공 항공기가 날아올랐다. 3시간10분의 비행시간 동안 졸기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사에서 나눠 준 리플렛도 읽고, 기내영화는 뭐가 있나 구경하다 보니 국제선이라고 식사 서비스를 한다. 라운지에서 조금 전 한 접시 먹었는데 또 기내식이 먹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친구와 웃으며 기내식을 먹었다. 친구는 야무지게 남은 빵과 고추장 튜브, 버터 등을 챙긴다.

서안 공안에 도착하여 조선족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휴대폰을 껐다 켜니 한국 시간 보다 1시간이 느리다. 열 가지 가량의 음식이 나오는 점심 식사 후 한나라의 네 번째 황제인 한경제(유기)의 무덤인 한양릉을 탐방한다. 능 주변에서 발굴된 부장품으로 지하 박물관을 만든 곳이다.


▲ 팔이 없는 토우들이 전시됐다. 위에서 유리를 통해 내려다보는데 현기증을 느꼈다.(사진=유효숙)

능 주변에서 토우, 그릇, 마구 등이 출토되었는데 토우들은 특이하게 모두 팔이 없었다. 토우의 팔만 나무로 제작되었고, 결국 팔만 부식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토우들은 남자, 여자 내시 등으로 분류되어 제작되었는데, 신분이나 성별에 의해 크기나 색등이 여자는 흰색, 내시는 검은색 등으로 다르게 표현되고 있었다. 팔이 없이 얼굴과 몸통만으로 촘촘히 누워있는 지하의 토우들을 유리를 깔은 위층에서 내려다보려니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호텔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인솔자는 고산증 약인 다이아막스을 나눠준다. 저녁에 미리 반 알을 먹어두라고. 내일이면 드디어 라싸 도착이다.

<계속>


유효숙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몇 년 전 은퇴했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의 집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노랑 고양이 달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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