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달콤한 맛과 함께 아픔을 안긴 꽃
[주말엔 꽃] 광릉숲 산딸나무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언제부턴가 2년에 한 번씩 뭍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그동안 바쁜 핑계로 함께하지 못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포천으로 간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을 여행으로 가는 건 처음이다. 일정에 한탄강 지질공원과 광릉숲이 포함돼서 기대가 여간하지 않았다. 특히 광릉숲을 떠올리며, 한라산 주변에 좋은 숲들이 있는데 다른 지역의 지연환경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숲길을 걸으면서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면 그 또한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직접 걸어본 광릉숲은 제주도 한라산 주변에 있는 숲들과는 분위가가 사뭇 다르다. 제주도의 숲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숲에 나무를 베어 길을 내고 정자를 얹은 정도인데, 여긴 인공적인 게 많이 들어갔다.
수종도 사뭇 달랐다. 제주도 숲에는 지금 때죽나무 꽃이 떨어질 시기인데, 여기선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참빗살나무, 갈참나무 등 제주도에서 흔치 나무들이 많았다. 초여름 꽃을 구경하려 했는데 멋있게 핀 게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얀 구술 같은 꽃봉오리가 터져서 암술과 수술을 노랗게 드러낸 어여쁜 게 있는데, 확인해보니 빈도리다. 이건 생전 처음 보는 꽃인데 탐이 났다.
그렇게 낯선 식물 속에서 헤매는데 반가운 나무가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산딸나무 꽃, 제주도에서 지금 막바지인데 광릉숲에는 꽃이 한창이다.

산딸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 숲속에 주로 자란다. 요즘은 화사한 꽃에 반해 조경수로도 많이 심는다. 제주도에서는 사람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은 하천 변에서도 많이 보인다. 잎은 넓은 초록색인데, 가을이 되면 붉게 단풍이 들었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진다. 많이 자라면 키가 10미터에 이른다고 하는데, 실제 주변에서 그렇게 큰 나무를 본 적은 없고 보통은 5미터 이내로 자란다.
봄이 새순이 돋고 가지에 꽃눈이 돋는다. 제주도에서는 5월 중순부터 꽃이 피는데 중부지방에선 6월에 핀다. 꽃대는 10센티미터 이내인데, 하늘을 향해 바로 선다. 그 가느다란 꽃대에 의지해 꽃잎 넉 장을 십자가 모양으로 넓게 펼친다.


지금은 꽃의 가운데 초록색 열매가 달려 있는데,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붉은색으로 변했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열매에서 수분이 빠지고 말랑말랑해져야 먹을 때가 된 것이다. 늦가을 완숙한 산딸나무 열매에선 다른 과일에서 맛보지 못하는 진한 단맛이 난다.
그런데 달다고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어릴 적에 들에 놀러갔다가 단맛에 취해 너무 많이 따먹었더니 혓바늘이 돋아 며칠 고생한 적이 있다. 수학여행을 가을에 왔어도 좋을 뻔했다. 빨간 열매 따먹으면서 옛 얘기도 나누면 재미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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