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다니 수국밭과 해안단애, 놀 곳도 많아 월평팔경

‘월평팔경에 노닐다’ 전시 18일부터 24일까지 열려


돌담이 미로처럼 연결된 서귀포시 월평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해 개발과는 동떨어진 마을이다. 동쪽으로는 강정마을, 서쪽으로는 대포마을과 인접한 마을이다. 개발 바람이 이곳에 불어 닥칠 만도 한데 마을은 늘 조용하다. 추석을 맞아 주민들이 한마당 잔치를 벌였고, 잔치와 더불어 월평팔경을 지정해 알리는 전시회가 열렸다.


▲ 월평팔경을 알리는 전시회가 18일, 월평마을회관 마당에서 열렸다.(사진=장태욱)

18일, 월평마을회관 마당에서 ‘월평주민 어울림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주민들은 윷놀이도 하고 음식도 나누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한마당 잔치가 열리는 한 구석에서 월평팔경(月坪八景)을 알리는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 주제는 ‘월평팔경에 노닐다’인데,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사단법인 삼무서회(三無書會)가 행사를 주최했다. 삼무서회는 서예가 중석 강경훈 선생의 지도를 받은 문하생들로 구성된 서예 활동 단체다. 월평마을이 고향인 강경훈 선생이 이번 전시를 기획했고, 삼무서회 회원들이 글을 썼다.

전시는 마을회관 마당, 옛 농산물집하장 벽을 활용했다. 마침 창고 벽 주변에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있는데, 주민들이 그늘에 앉아 대화도 나누고 장기도 둔다. 주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곳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 월평 해안의 여와 단애가 특이해 '군여단애'라고 했다.(사진=장태욱)

이번에 월평팔경에 오른 대상은 주민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고 발자국을 남기는 곳이다. 팔경인 만큼 8가지 소제목이 전시됐는데, 소제목은 각각 한문의 관습대로 4자로 구성됐다.

동포범하(東浦帆霞) : 동해물 포구에서 바라보는 배와 노을의 조화
군여단애(群礖斷崖) : 특이한 모양의 검은 여와 단애의 자연 경치
탑단수국(塔壇水菊) : 답다니 수국 공원의 풍취
집근독암(執近獨巖) : 집근천 하구의 바다 풍경과 홀로 바위의 자태
산호송림(珊瑚松林) : 아왜낭목의 소나무 숲의 조화
생기담소(生氣淡沼) : 행기소의 정취와 맑은 물
귤원풍미(橘園風味) : 과수원의 풍경과 귤의 오묘한 맛
목야우장(牧野牛獐) : 마을 목장에 소와 노루의 평화로움


동포범하와 군여단애, 집근독암, 등 바닷가 절경을 각각 1, 2, 4번으로 설정한 것이 눈에 띤다. 마을이 빼어난 해안절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마을이 최근 마을어장 어업권을 되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초여름이면 여행객들이 몰리는 답다니 수국밭. 사유지임에도 '탑단수국'으로 월평팔경에 올렸다.(사진=장태욱)

최근 여행객들 사이에 여름철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답다니 수국밭을 탑단수국으로 표현했다. 개인 사유재산이지만, 마을에 활력을 불러오는 만큼, 세 번째에 놓았다.

산호송림은 마을 주민의 정신적 구심과도 같은 아왜낭목을 이른다. 과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이곳에 아왜나무를 심어 숲을 이룬 적이 있고, 초가가 사라진 이후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월평팔경 전시를 기획한 강경훈 선생은 “월평의 아름다움을 외부에 알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마을의 자산을 주민들끼리라도 공유하려는 마음이 컸다.”라며 “우리 주민들도 주변에 있는 보물을 찾고 자랑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와 월평마을회가 전시회를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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