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우연히 만난 70대 여성 라이더, 뒤만 좇았더니
[자전거 여행] 오천자전거길 105km
<전편에 이어>
11일 오후 우리는 상주상품교 인증센터를 출발해 12일 오후 1시 쯤 충주 탄금대에 도착했습니다. 이로써 새재자건거길 약 103킬로미터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오천자전거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후 1시에 쯤 세 명이 충주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점심을 먹었고, 친구 한 명은 2시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남은 둘이서 지친 다리를 이끌고 오천자전거길을 돌파해야 합니다.
오천자전거길은 미호천 - 보강천 - 성황천 - 달성천 - 쌍천 등 5개의 하천을 지나간다고 해서 ‘오천’자전거길입니다. 출발지가 연풍면 행촌교인증센터라서, 숙소도 출발지 인근에 예약했습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연풍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 했는데 버스 좌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달차를 불러서 행촌교 인근 숙박지로 점프했습니다.
5월 13일 오전 6시 숙소 인근에서 아침을 먹고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오천자전거길 행촌교에서부터 괴강교 - 백로공원 - 무심천교를 거쳐 합강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105키로 구간입니다. 행촌교에서 다음 행선지인 괴강교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행촌교에서 괴강교까지는 23킬로미터, 강을 끼고 달리는 거라 도로 경사가 완만해서 큰 힘을 들이지도 않습니다. 체온 유지를 위해 쉼 없이 페달을 밟았습니다.
괴강교에서 백로공원까지는 29킬로미터입니다. 이 구간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지도 없이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을을 지나는데, 아주머니가 처음 보는 나그네에게 커피 한잔 마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아직까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로공원까지는 자전거길이 잘되어 있어서 편하게 도착한 거 같습니다. 백로공원에서 무심천교까지는 25킬로미터입니다. 증평에서 청주 방향으로 가는 길인데, 주변에는 신축 축사들이 여러 곳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축사 주변을 지날 때 풍기는 고향냄새가 정겹다고 해야 할까요? 무심천인증센터에 도착했는데, 인근에는 식당이 없습니다. 청주시내 아파트 단지로 가서 돌판 김치찜을 먹었는데, 그 맛이 환상입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마지막 코스인 합강인증센터로 출발했습니다. 합강인증센터까지는 28킬로미터입니다. 내려오는 자전거길은 잘 정비되어 있고 라이더들도 많이 보입니다.
합강까지 7킬로미터 남은 시점에서 쉬고 있는데, 한 여성 라이더가 곁으로 와서 쉬었다 가겠다고 했습니다. 인사하고 예기를 나누다 보니 두 달 동안 제주살이 했고, 제주도 자전거길도 완주했다고 했습니다. 51년생으로 자전거 입문 3년 차라고 했는데,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자전거를 잘 탔습니다. 목적지까지 리더 역할을 맡아줘서 편한 마음으로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합강에서 2박 3일의 국토종주를 마무리했습니다. 공항으로 가야하는데 여성 라이더는 청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안내해준다면서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청주에 왔으니 상징적인 이응교를 봐야 한다면서 그리로 안내했습니다.
이응교는 세종시가 금강 북측의 중앙녹지공간과 남측 수변공원을 연결하여 만든 이응(ㅇ)자 모양의 다리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하여 둘레를 1446m로 정했는데, 상부층은 보행전용, 하부층은 자전거 전용으로 된 복층 구조입니다. 독창적인 디자인,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용 다리라는 상징성으로, 세종시의 랜드마크라 인정을 받습니다.
이응교를 지나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여성 라이더와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습니다. 주변에서 캐리어에 자전거를 포장하고 오후 4시50분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청주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새재자전거길과 오천자전거길 종주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동행해준 친구, 후배, 먼 길 달려와서 응원해준 친구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6월 행선지는 동해안 경북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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