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도, 지친 다리도 멈췄고 엉덩이는 ‘헤카졌다’

[자전거 여행] 금강 자전거길 188km 종주

봄이 왔습니다.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 그치고 햇살 비추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이상기후로 벚꽃 개화시기가 1주일 빨라진다는 예보가 나왔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일정을 앞당겨 벚꽃축제를 진행했는데, 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4월 6일과 7일, 1박2일 일정으로 강진 금곡사로 벚꽃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3월 30일과 31일에 다녀오기로 계획했던 일인데, 벚꽃 개화가 늦어지자 일정을 일주일 미뤘습니다. 그리고 금곡사의 기운을 받고 4월 10일에는 금강 자전거길 종주에 나섰습니다. 2월에 낙동강 자전거길에 동행했던 친구가 이번에도 함께했습니다.


▲ 대청댐 포토존

금강 자전거 길은 대청댐을 출발해서 세종보 - 공주보 - 배제보 - 익산성당포구 등을 거쳐 금강 하구둑으로 이어지는 146km의 여정입니다.

4월 10일 오전 08시30분에 청주공항에 도착해 자전거를 조립했습니다. 자전거를 조립하는 일은, 풀어진 마음을 조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청주로 온 친구를 만나 함께 금강 자전거길 출발지인 대청댐으로 출발했습니다. 일반 빠른 도로를 따라 대청댐으로 가는 거리는 35km, 3시간쯤 달려 대청댐에 도착해서 인증사진을 찍으니 시계는 12시30분을 가리켰습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끼니는 세종보로 가는 도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급한 마음에 페달을 밟았습니다. 대청댐 인증센터에서 세종보까지는 37km,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도중에 만난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었는데, 음식 맛으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기분이었습니다.


오후 4시쯤 세종보에 도착해서 인증사진을 찍고, 쉴 틈도 없이 공주보로 향합니다. 세종보에서 공주보까지는 19km, 1시간 남짓 달려야 하는 거리입니다. 사전에 체력안배 차원에서 공주보까지는 가지 않고 인근 숙소에서 하루 머물기로 했습니다. 미리 예약해둔 모텔로 향했습니다.


▲ 솥뚜껑매운탕. 이번 라이딩에서 기억에 남을 경험을 했다.


모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서울에서 응원 나온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는 우리가 생고생한다며 몸보신 시켜준다고 했습니다. 응원 온 친구가 이끄는 대로 세 명은 솥뚜겅매운탕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꽉 찬 주차장에 놀랐고, 시설에 놀랐고, 솥뚜겅에 놀랐고, 맛에 놀랐습니다. 주변 농장에 배꽃이 활짝 피었는데, 마치 나를 반기며 웃는 듯 했습니다. 거기에 친구들과 소맥 한 잔을 마시니 하루의 피로가 확 가시는 듯 했습니다.

이튿날 일정은 오전 7시 콩나물 해장국으로 시작했습니다. 8시30분 모텔에서 7km 거리에 있는 공주보 인증세터로 출발했습니다. 인증센터에서 마음을 다시 잡고 백제보로 출발했습니다. 공주보에서 백제보까지는 24km, 1시간30분이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상쾌한 바람 맞으며 친구와 이런 저런 옛날 얘기를 나누면서 기분 좋게 폐달을 밟았습니다. 간간히 자전거 도로 옆에 피어있는 싸리나무 꽃향기가 코를 자극하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 싸리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이번 종주에서 처음 알게된 꽃인데, 화사한 게 일품이다.

백제보에 도착. 부여에서는 금강을 백마강으로 바꿔 부릅니다. ‘여기가 노랫말에 나오는 백마강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백제보에서 익산 성당포구 까지는 39km, 2시간20분 소요되고 거리입니다. 슬슬 지겹고 힘들어지는 구간입니다. 강변 뚝 밑에 비행장 활주로처럼 곱게 뻗은 자전거도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지친 엉덩이가 자전거 안장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넓은 대지가 눈에 펼쳐지는데, 주변에 간간히 쑥을 캐는 분들이 보입니다.


익산에 접어드니 강둑에 피어난 벚꽃이 지친 심신을 위로했습니다. 그 위로에 힘을 내고 친구가 기다리는 익산 성당포구로 힘차게 폐달을 밟았습니다. 이  10km 쯤 되는 벚꽃 거리는 최고 구간으로 강추합니다. 성당포구에 도착하니 친구가 인근 금강횟집에서 우어회를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어회는 봄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셋이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응원 나온 친구와는 헤어졌습니다.


▲ 친구 삼총사. 라이딩을 통해 우정이 끈끈해졌다.


마지막 코스인 금강 하구둑으로 출발했습니다. 익산성당포구에서 금강하구둑까지는 27km, 1시간40분 쯤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체력은 점점 고갈되는데, 익산으로 접어드니 바람은 남풍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주하는 바람이 시원하기는 한데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힘들어집니다.

금강은 폭도 넓어 강변으로 물 따라 흐르면 좋겠건만, 꽉 막힌 강을 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 또한 조여드는 듯합니다. 그렇게 엉덩이는 아파오고, 고통을 견디기 위해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내 엉덩이만 아픈 건지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꾹 참았는데, 하구가 다가오자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엉덩이 헤카졈시냐?”

4월 10일 95.75km와 11일 92.23km, 이틀에 11시간 동안 폐달을 밟았습니다. 총 187.98km를 달려 금강 자전거길 종주를 마쳤습니다.

하구둑에서 자전거를 해체하고 캐리어에 봉해서 군산공항으로 점프(자전거를 차에 실어서 가는 행위)한 후 오후 6시15분에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 인증사진을 찍는 시간, 내가 살아있음을 자랑한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동행해준 친구와 먼 길을 돌아서 응원해준 친구,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목표는 오천 자전거길 105km, 새재 자전거길 100km입니다. 다시 가슴이 설렙니다.


글 안성홍/ 사진 이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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