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만 30년, 돌과 나무를 대지 캔버스에 펼쳐 거대 예술작품

돌낭 분재예술원 2일 개원

처음부터 희귀한 수형석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오래된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고 수형석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분재원도 같고 화산박물관도 같은데, 주인장이 오래도록 준비한 정원이다.

5월 2일, 남원읍 서성로 변에 ‘돌낭예술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 발을 들이면 이름대로 돌과 ‘낭’(나무)이 대지 위에 넓게 펼쳐진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판판한 길이 넓게 펼쳐지는데, 길을 걷다보면 작품이라 부를 만큼 기이한 돌과 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 돌낭예술원은 돌과 나무로 만든 예술작품(사진=장태욱)

바위 화분위에 뿌리를 내린 분재 같은 것도 있고, 나무뿌리가 바위를 붙들고 오르는 석부작도 있다. 나무 키가 수 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분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도 있다. 돌 위에서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며 생을 이어가는 나무의 강한 생명력, 그걸 확인하는 순간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리고 길가 양쪽은 ‘머들’(평지보다 조금 높은 돌무더기)이 언덕을 이룬다. 그 돌무더 위에 키 큰 나무도 있고, 바위를 감싸고 자라는 키 작은 나무도 있다. 이곳에 있는 석부작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머들 언덕을 보면, 돌과 바위가 농작물에는 거친 환경이어도, 야생 식물에겐 천국임을 알 수 있다.


▲ 이곳에 있는 분재만 900점에 달한다.(사진=장태욱)

이곳을 가꾼 이는 서귀포시의원을 지난 한건현 씨다. 한건현 대표는 주변에 화산석이 있으면 사들이고, 거기에 나무를 심어 석부작을 만들었다. 화분에 나무를 심어 예술원에 필요한 분재작품을 준비했다. 또, 1만4000평(약 4만6200㎡) 임야에 길을 내고 돌을 재배치하며 거기에 그동안 준비한 화산석과 석부작, 분재 작품들을 한 점 한 점 배치했다. 그렇게 예술원을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이 총 30년이고 했다.

한 대표는 “전체적으로 30년 걸렸다. 처음엔 혼자 준비했는데, 이후 14년 조경공사를 하는 동안은 장성한 아들이 도와줬다. 천천히 준비하면서 자연적인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라고 말했다.


▲ 한건현 대표. 돌날예술원을 세계적인 분재 테마공원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장태욱)

자연적인 분위기가 난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된 것은 거의 없다. 40년 전 집에 심었던 먼나무 묘목은 이곳으로 옮겨진 후 장성해서 이젠 예술원 터주대감이 됐다. 구좌읍 한동리에 있던 소나무는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뿌리 돌림을 하는 데만 7년이 걸렸다. 그 소나무는 돌낭예술원의 간판목이 됐다. 키 큰 나무와 화초를 제외하고도 석부작이 1300점, 분재가 900점에 달한다. 소나무 군락이 있는데, 그걸 제외하곤 모두 한 대표의 손으로 배치된 것들이다.

자연제주 이석창 대표는 “길을 넓고 판판하게 배치한 게 좋다. 전체적으로 통일성도 있고, 시야도 확 트인다. 그리고 양쪽 머들 배치도 매우 자연스럽다. 이런 경관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 대표가 감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 소나무가 화산석에 뿌리를 감고 자라는 석부작. 이런 작품이 1300점에 달한다. (사진=장태욱)

한 대표는 2일 개원식을 하면서 ‘세계적인 석부작 테마공원’을 꿈꾼다고 했다. 칠순에 이른 장인의 마지막 꿈이 성취될 지 관심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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