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볶고 생선 튀기는 풍미에 유심초의 노래는 덤이다
[동네 맛집] 남원읍 ‘신팔도강산’
더운 날, 농장에서 일을 하면 몸에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땐 구색이 잘 갖춰진 음식으로 몸에 기운을 보태면 좋다. 서귀포시 읍면 지역엔 일하는 사람들, 특히 농부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이 많아서 좋다. ‘음식 바가지’ 어쩌고 하는 기사들은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에나 있는 일이고, 농촌에서 손님을 불쾌하게 하는 음식점은 오래 장사를 할 수 없다.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신팔도강산’도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음식점이다. 홀에 20여 명, 방에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음식점인데, 갈 때마다 손님이 가득 찬다.
오로지 ‘백반’만 단품으로 파는데, 그것도 점심 장사만 한다. 그러니까 오전 11시 무렵에 손님을 받기 시작하는데 끝나는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냥 재료가 소진되면 끝나는데, 오후 한 시 무렵에 갔다가 밥을 먹지 못해 돌아온 일도 있다. 놓친 고기가 크게 보이는 법, 그냥 돌아오는 날이면 그 음식점의 백반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밥을 먹지 못하고 돌아온 다음날 오전 11시에 ‘신 팔도강산’을 다시 찾았다. 가면 오래 기다릴 일도, 못 먹고 돌아올 일도 없는 시각이다. 아직 손님이 몰리지 않아서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단품 음식점이기 때문에 사람 숫자만 확인하고 바로 음식이 나온다. 돼지고기볶음과 생선구이 혹은 튀긴 생선이 핵심 반찬으로 나온다. ‘신팔도강산’에 갈 때 마다 돼지고기를 볶고 생선을 굽는 과정에서 나오는 특별한 풍미를 맡는다. 생선으로 옥돔이 나올 때도 있고, 조기가 나올 때도 있는데, 이날을 튀긴 갈치가 나왔다. 갈치를 달궈진 팬에 올려 튀길 때면 생선 비린내와는 다를 풍미가 올라온다.
나머지 밑반찬도 늘 비슷하다. 직접 담근 김치, 고사리무침, 두무전, 멸치볶음, 과일 샐러드가 기본으로 오른다. 그리고 쌈장과 함께 소쿠리 가득 채소가 나온다. 건강한 맛을 내는 쌈장이 있어서 채소와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볶음과 멸치볶음은 다른 가게에 비해 단 맛이 진하게 난다. 몸에 힘이 빠질 때 먹는 음식이라 점심에 먹는 단맛 반찬은 별로 거리낌이 없다.
밥을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주인장이 밥 한 공기 더 먹으라고 권하는데, 그 정도로 허기가 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따뜻한 말씀만은 잘 기억하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음식 말고도 흥미로운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식당에선 일 년 내내 7080가요를 들을 수 있다. 지금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도 잘 들을 수 없는 유심초, 둘다섯의 노래가 여기에 항상 울린다. 주인장의 변함없는 취향인 모양이다.
두 번째는 식당에 걸린 사진 액자가 흥미롭다. 길이가 60센티를 넘은 돔을 낚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인데, 사진 속 주인공은 젊은 날의 주인장이다. 사진 속 모습은 영화에 나오는 꽃미남 배우 못지않은 외모를 자랑한다.
세 번째는 주방 입구에 걸린 문패다. 박 아무개, 김 아무개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것인데, 아마도 부부가 협력해서 운영한다는 걸 알리려는 문패로 보인다.
주인장은 제주 토박이가 아니라 경기도 평택시가 고향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 우연히 제주도로 왔다가 효돈 출신인 부인을 만나서 서귀포에 눌러 앉았다. 서귀포에서 지낸 세월이 30년이라고 하니, 이제 서귀포사람이 다 되었다고 보면 된다.
식당 문을 닫을 때면 주변 이웃들과 어울려 낚시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그 즐거움이 요리에 반영되어 상에 오르는 것이다.
팔도강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2, 064-764-0168
백반정식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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