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죽어가는 이를 사랑’했던 윤 시인, 일본 대학이 그를 대하는 법

[교토-오사카 여행기] ④ 윤동주 시인을 특별히 존중하는 도시샤 대학

도시샤 대학을 방문하기에 앞서 학교를 잘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걱정했다.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대학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도시샤 대학 안에서 정지용, 윤동주 시인의 시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더 큰 걱정거리였다.

그런데 이런 게 참으로 촌스럽고 낡은 걱정임을 현지에서 알았다. 딸이 스마트폰 구글맵을 이용해 길을 찾는 걸 보니 모든 게 정말 쉬운 일이었다. 버스 번호와 시간까지 우리글로 정확하게 알려주는 걸 보면서, 세계의 모든 지리정보를 모아놓은 구글이 인류를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누군가 윤동주 시비를 보고 있다.(사진=장태욱)

구글맵은 대학 안에서 두 시인의 시비 위치까지 정확히 알려줬다. 스마트폰에 표시되는 대로 버스를 타고 내렸고, 정류소에서 학교 내 시비 위치까지 걸어서 갔다. 모든 게 아주 간단했다. 혹시 도시샤 대학을 가보고 싶은 사람은 걱정 내려놓고 그냥 가면 된다.

정지용, 윤동주 시인의 시비는 도시샤 대학 100주년 기념비석 근처에 있다. ‘도시샤 대학 영자신문부 OB회’가 1975년(소화 50년)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비석이다. 두 시인이 모두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영자신문부와 인연이 있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윤동주 시비와 시비를 설명하는 표석이 있다.(사진=장태욱)

윤동주 시인의 시비는 직사각형 모양인데, 거기에 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가 한글과 일본글로 병기됐다. 그리고 시비를 소개하는 표석이 있는데, 학교법인도시샤가 세운 것이다. 거기에 윤동주가 기독교인이자 민족시인으로 1943년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1945년 2월 16일 옥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그의 영면 50주년을 맞아 도시샤 교우회 코리아 클럽의 발의로 1995년 2월 16일에 시비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 도시샤 대학이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개최한 행사를 알리는 패널이 전시되어 있었다. 윤 시인이 사망한 지 80주년이 되는 올해 2월 16일에 대학이 윤 시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증정했다는 내용이다. 윤 시인의 조카 윤인석 씨가 유족 대표로 학교를 방문해 카츠히로 총장으로부터 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도시샤 대학은 150년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전쟁시대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새로운 시대를 전망해야 한다며, 명예박사학위 증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도시샤 대학이 윤 시인의 위상을 150년 역사 속에 부여했다는 데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 도시샤 대학이 윤동주 영면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2월 16일, 특별행사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페널이 세워져 있다.(사진=장태욱)

명예박사 증정식이 끝난 후에는 도시샤 예배당에서 카츠히로 총장이 ‘윤동주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열었다고 한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한국의 기독교인과는 수준이 다른 품위가 일본 기독교인에게서 느껴졌다.

‘서시’에서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다짐했던 윤동주 시인. 박애심이 깊이 밴 밝고 맑은 다짐인데, 이 대학의 구성원들이 시인의 다짐을 이어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하지 않았는데 윤동주 시인에 대해 너무 많이 써버렸다. 당초 정지용 시인의 자취를 더듬어보기 위해 계획했던 여행인데, 윤 시인을 존중하는 도시샤 대학의 처신에 고마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벌어진 결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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