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옥 스타벅스와 오래된 대나무숲, 교토에 홀딱 젖었다

[교토-오사카 여행기] ② 기요미즈데라-니넨자카-치쿠린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하루카를 타고 교토에 도착하니, 밤이 됐다. 딸을 따라서 숙소에 도착했는데, 로비에 한국인 손님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프런트 직원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마치 한국인처럼 우리말을 잘했다. 호텔이 한국 여행객을 위해 한국인을 채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요기를 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일본 음식이지만 입에 잘 맞아서 좋았다.


▲ 기요미즈데라에 오르는 양 길가엔 목조 상가가 즐비하다. 손님이 붐비는데도 건물은 모두 나지막하고 아담하다. 사찰 정원에는 벚나무가 가득한데, 여행객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연못에는 꽃잎이 떨어져 장관을 이뤘다.(사진=장태욱(

여행을 제대로 맛보려면 계획도 잘 세워야 하고, 숙소나 교통편도 잘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날씨,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날씨가 궂으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교토를 둘러보는 첫날 일정이 그랬다.

아침에 숙소를 나왔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토의 중심 거리를 보고 적이 놀랐다. 거리는 정말 잘 정돈됐고, 시내 중심부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인도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비가 내려도 길을 걷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첫날 일정은 딸이 정했다.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청수사, 靑水寺)로 향했다. 기요미즈데라는 해발 240미터 중턱에 건립된 사찰인데, 교토 여행객들은 반드시 지나는 핫 스팟이다. 약 1200년 전에 건립된 고찰인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됐다니 교토를 대표하는 명승지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길을 따라 기요미즈데라로 오르는데, 거리에 인파가 가득했다, 전통 목조주택이 양 길가에 즐비한데, 상가마다 기념품을 사려고 손님이 붐빈다. 여행객이 몰리지만 상점은 모두 나지막하고 아담하다. 손님을 많이 받거나 임대 수입을 위해 고층건물을 올리기 좋아하는 우리네 행태와는 사뭇 달라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 니넨자카. 돌계단 거리인데, 전통가옥이 가득하다. 전통가옥을 활용한 스타벅스 커피숍은 손님이 줄을 서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사진=장태욱)

기요미즈데라 정원에는 벚나무가 가득한데, 제주도에서 흔히 보이는 왕벚꽃도 있고 가지가 밑으로 늘어지는 수양벚꽃도 있다. 왕벚꽃은 대부분 지는데, 수양벚꽃이 만개했다. 정원에는 물이 나는 연못 여러 곳이 있는데. 벚꽃이 연못에 떨어져 떨어져 떠다니는 풍경이 장관이다. 비가 오는데도 여행객들은 분홍빛 수양벚꽃 아래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날이 맑으면 정말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먹고 발길을 돌렸다.


기요미즈데라을 방문한 여행객은 모두 니넨자카(二年坂) 거리를 거쳐 내려온다. 다이도 2년(807)에 만들어진 돌계단이라, 니넨(2년)이란 이름이 붙었다. 기요미즈데라가 세워질 무렵에 절을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돌계단 양쪽을 빼곡하게 들어선 목조 단층 가옥은 교토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딸이 “이 거리에서 넘어지면 2년 안에 화를 당한다는 속설이 있다.”라고 말해서 조심해서 걸었다. 길은 좁고 돌계단이라 비 내리는 날에는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 길이다.

니넨자카에 가게마다 손님이 많은데, 외국에서 온 젊은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커피숍이 있다. 스타벅스인데, 전통가옥 구조를 그대로 살려 손님들은 실내 좁은 통로와 방, 마루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자리가 부족해 줄을 서야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다다미방에 방석을 깔고 앉았는데, 뒤에 온 손님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빨리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 치쿠린은 말 그대로 대나무 숲이다. 우리나라 담양의 숲을 떠올리는데, 비가 내리는데도 인력거꾼이 손님을 태우고 달리는 장면이 흥미롭다.(사진=장태욱)

이 근처에 오는 사람이 지나는 코스에서 치쿠린(竹林)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담양을 연상케 하는 대나무 숲인데, 노노미야진자(野宮神社)에서 시작해 오코치산소까지 이어진다. 하늘로 뻗은 푸른 대나무가 빗물을 머금고 빛을 발하는 풍경도 장관인데, 인력거꾼들이 손님을 태우고 달리는 장면도 흥미롭다. 인력거꾼들은 모두 일본 전통 의상을 갖춰 입었는데, 비가 내려도 짜증을 내는 일이 없다.

우산을 챙겨 썼지만, 빗길을 종일 걷다보니 운동화가 질퍽하게 젖었다. 그럼에도 교토의 과거와 현재, 냄새라도 맡을 수 있으니 날씨에 대한 아쉬움은 그걸로 달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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