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밑천 드러낸 날, 원담과 ‘바람의 노래’에 취했다
[답사] 금능 원담
여덟물 간조기라 해수욕장 모래밭이 드넓게 바닥을 드러내고, 비양도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다. 모래사장을 서쪽에 검은 현무암 대지가 드러나는데, 거기에 두터운 돌담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우주인이 바다에 남기고 간 조각품으로 오해를 살만 한데, 공동체가 오래도록 쌓고 지켜온 원담이다.

제 16회 금능원담축제가 23, 24일 이틀간 금능해수욕장 주변에서 열렸다. 금능리가 사라져가는 원담을 보존하고 가치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개최하는 행사다. 축제 기간 특설무대에서 다양하나 공연이 펼쳐지고, 먹거리 장터가 열렸다. 또, 원담 안에서 맨손 고기잡이 체험이 열려 방문객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했다.
축제가 열리는 도중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원담 주변을 걸었다. 23일 오후 5시는 여덟물에 썰물이 최고조에 달한 사각이다. 해수욕장과 현무암 대지는 밑천을 다 드러냈다. 비양도는 바로 눈앞이고, 원담 안에는 물이 거의 남지 않았다.
물이 빠진 사이 담 안에 갇힌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얕은 물 안에서 새우와 작은 멸치가 떼로 떠다니는 것만 확인했다. 아이들은 멸치나 게를 잡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고 있었다.
과거 금능리에는 소원, 마른원, 모살원, 활대원, 주충원, 집알원, 조르기원 등 7개의 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는 소실되고 지금은 소원, 마른원, 모살원 등 7개만 남았다고 한다.

축제장에서 만난 주민은 “일제강점기까지는 여러 개의 원담이 있었고, 주민들이 같이 관리했다고 하는데 해방 이후에는 사람들이 원담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라면서 “이방익 할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홀로 원담을 관리하다시피 했다.”라고 말했다.
이방익 할아버지는 아침에 물이 빠질 시간이면 고기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돌담이 무너진 게 있으면 홀로 관리했다고 한다. 고기가 잡히면 모두 이 할아버지 몫이었다. 다만, 멸치가 때로 들어서 원담 안이 가득 차는 일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마을 주민들이 다 나와서 나누어 가져갔다.

그런데, 이방익 할아버지 연세가 아흔을 넘기면서 원담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졌다. 연로한 몸으로 현무암 바위 위를 걸어 다니며 무너진 돌담을 보수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그 일을 아드님인 이상수 씨가 물려받았다. 무든 소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아버지가 하던 일이고, 마을의 문화자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챙기는 것이다.
이방익 씨는 “최근까지도 원담을 나 혼자 관리했는데, 마을의 젊은 후배가 하나를 직접 관리해보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 후배가 모살원을 관리하고 거기서 예술활동도 한다.”라고 말했다. 원담축제에서 고기잡이 체험활동도 모살원에서 진행한다고 했다.
금능의 원담은 각각이 너무 크고 서로 인접해 있어서, 다른 원담은 그 시작과 끝이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축제에 활용된다는 모살원에는 돌하르방 조형물이 서 있어서 쉽게 구별이 되다. 원담을 일일이 확인하려면 하루도 부족할 것 같다.

비양도와 푸른 바다, 하얀 백사장을 배경으로 바람을 맞으며 원담 주변을 걷는 것은 금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체험이다. 한참을 걷는데 익숙한 음악이 흘러온다. 누군가 오카리나로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연주하고 었다. 너무 익숙해서 공연무대에 가봤더니, 서란영 선생이 일찍 와서 연주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공연을 위해서 서귀포에서 한림까지 왔다니 그 열정에 감동할 밖에. 덕분에 금능 원담과 ‘바람의 노래’에 흠뻑 취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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