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달빛 쏟아지는 밤, 발리인 마음은 부풀어 오른다

[발리와 제주사이 ⑥] 발리의 보름달 의식 ‘푸르나마(Purnama)’

발리 현지인들의 일상은 기도와 의식이 전부라 해도 될 만큼 수많은 의식이 있습니다. 발리에 갈 때마다 한 번씩은 꼭 발리 가족들과 함께 사원에 의식을 하러 가는데요. 사실 이제까지 무슨 세리머니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갔었습니다. “키라, 세리머니 갈래?” 라고 물으면 발리 전통 복장을 입어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따라가곤 했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족들이 세리머니에 함께 가자고 합니다. 


“무슨 세리머니인데?”

“풀문 세리머니!”

“보름달 의식?”


▲ 보름달 세리머니의 하이라이트, 성수 의식(사진=키라 이금영)


항상 그래왔듯이 너무 아름답지만, 숨쉬기 어려운 발리 전통 옷을 입고 마을 사원에 갑니다. 그러고 보니 항상 보름달이 뜰 때면 발리 가족들은 세리머니하러 사원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발리 사람들에게 달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왜 항상 보름달이 뜰 때 세리머니를 하는 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발리 힌두교에서 달은 종종 신이나 여신과 연관되어 있으며 달의 위상은 종교의식과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발리어로 ‘푸르나마(Purnama)’로 알려진 보름달은 특히 좋은 기운이 넘치는 행운으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보름달을 보며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함, 풍요, 번영을 상징하지요. 발리 사람들에게 보름달 세리머니인 ‘푸르나마(Purnama)’는 우주 에너지의 정렬과 신성한 축복을 나타내고 상징하는 신성하고 중요한 행사입니다. 보름달이 차오르면 발리의 힌두교도들은 신과 여신들이 신성한 은총과 지혜를 가지고 지구로 내려온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지역 사회의 축복을 구하기 위해 보름달이 뜨면 많은 종교의식과 제물이 행해진답니다.


▲까르띠가 챙겨준 오늘 키라 몫의 꽃바구니(사진=키라 이금영)


▲ 사원에서 만난 발리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행복한 미소로 서로에게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사진=키라 이금영)

푸르나마(Purnama)는 그저 단순히 보여 주기 위한 형식적인 의식 행사가 아닙니다. 이 시간은 신에 대한 감사의 시간이자 발리 사람들의 깊은 성찰과 갱신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발리 사람들은 내면의 정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며, 부정적인 것을 제거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삶에 불러오도록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꽃, 과일, 곡물이 담긴 제물은 신의 자비에 대한 감사를 상징하지요. 발리 사람들은 이러한 제물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를 겸손하게 표현하고 자연과 영적 영역과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까르띠 언니가 제게 꽃이 가득 든 바구니를 건넵니다. 오늘 마을 사원에서 기도할 키라 몫입니다. 곁눈질로 가족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봐가면서 저도 향에 불을 붙이고 향을 땅에 꽂아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주술사 할아버지가 종을 흔들면서 주문을 외웁니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합니다. 이 행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신자들이 성수로 몸과 영혼을 정화하는 ‘티르타 야트라(tirta yatra)’ 또는 성수 의식(holy water ritual)입니다. 사원의 관계자들이 성수가 든 주전자를 들고 신자들 손바닥 위에 성수를 따라주면 입으로 마시고, 머리 위에도 성수를 뿌려주고, 마지막 흰 생쌀을 이마에 붙입니다. 발리 사람들은 물에 신성한 축복과 죄와 부정적인 생각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성수 의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한답니다. 저도 눈치껏 따라 해봅니다.


▲ 자신의 제물 바구니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갈 시간(사진=키라 이금영)


▲ 신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이웃과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사진=키라 이금영)

의식이 끝나고 각자가 올렸던 제물이 든 바구니를 챙겨서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늘 신기한 것은 이 많은 바구니 중 어떤 것이 자신의 바구니인지 어떻게 아는 걸까요?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발리 가족 미라에게 묻습니다.


“미라, 뭐라고 기도했어?”
“우리 가족들 건강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키라는 뭐라고 기도했는데?”

“나? 나는 이곳에 발리 가족들과 함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지.”




지난 십 년이 넘도록 발리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은 왜 이렇게 항상 착한 걸까? 왜 발리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라는 물음이 있었는데,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신에게, 자연에게, 삶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사람과 함께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사는 그들의 삶의 태도에 있다는 것을.

글쓴이 키라
2017년 봄부터 2023년 11월 현재 제주 서귀포 남원읍에서
2022년 봄부터 2024년 현재 제주와 발리를 오가며,
현지인과 관광객 사이 그 경계에 하우스노마드로 살고 있습니다.
2023년까지 음식이야기 책방 <키라네 책부엌> 책방운영,
문화도시 서귀포 책방데이 프로젝트 매니저로,
귤 따는 계절에는 동네 삼촌들과 귤 따는 이웃으로 갑니다.
이 글은 블로그 <하우스노마드 키라>에서 발췌한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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