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방탕아였다는 남계우, 석주명이 그 그림에 반할 수밖에

[관람기] 국립제주박물관 ‘제주에 나빌레라-석주명 특별전’

조상들은 나비를 특별히 사랑했다. 나비는 부귀영화, 장수, 부부 금슬, 즐거움 등을 상징했다. 또한, 장자의 나비 꿈 고사를 통해 물아일체의 경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나비 그림은 그림,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형태로 장식됐다. 특히 병풍이나 혼례복 등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조선 문인들은 화원을 만들어 꽃을 심고 가꾸어 나비를 불러들였다. 이들은 꽃을 사랑하여 그림에 담았는데, 거기에는 어김없이 나비가 등장한다. 특히, 조선시대 남계우는 나비를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그렸는데, '남나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나비를 특별히 사랑한 인물로는 석주명은 독보적이다. 그는 1926년 일본 가고시마고등농림학교에 입학해서 나비연구를 시작했고 귀국 후 교식생활에서 연구의 꽃을 피웠다. 학생들과 전국 산천을 떠돌며 나비 60만 마리를 채집하고 그걸 서로 대조하며 동종이명 921개 가운데 884개로 정리했다.


▲ 석주명의 사진

1942년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경성제국대 의학부 미생물학교실 소속인 개성의 ‘생약연구소’ 촉탁연구원으로 입사해 1943년 4월에 토평동 소재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에 부임해 2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여기서 생약식물과 나비를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방언과 전설, 문화 등에 매료되어 많은 저술을 남겼다. 당시 연구 결과가 제주도 총서 6권으로 남아 있다.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이 7월 4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국립제주박물관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전시인데, 석주명의 학문세계와 조상들의 정신에 아로 새겨진 나비 사랑을 보여준다.

7월 18일, 전시가 열리는 국립제주박물관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많은 가족이 아이를 동반하고 전시장을 찾았다. 유아들이 나비를 신기하게 들여다봤는데, 가끔 만지는 어린이들이 있어서 학예사가 만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시는 3부로 나뉘어 열린다.

제1부는 ‘꿈속에 나빌레라’, 석주명이 학문세계를 조명한다. 석주명은 곤충학은 물론이고 에스페란토, 제주도 연구에도 매진했다. 그래서 제주대 윤용택 교수는 석주명을 ‘르네상스 지식인’이라고 표현했다. 종횡으로 엮어낸 촘촘한 지성의 지도 위에서 석주명의 학문세계 위치를 찾아본다.


▲ 제주도방언집

<제주도 방언집>(1947년)과 <제주도의 생명조사서>(1949년), <제주도 문헌집>(1949년), <제주도 수필>(1968년), <제주도 곤충상>(1970) <제주도자료집>(1971) 등 제주도 총서 6권과 에스페란토 교재 등이 전시됐다. 특히, 그가 학생들을 위해 제작한 4, 5학년 용 생물과서가 전시됐다. 제1장이 ‘향토와 생물’로 시작하는데, 공부의 시작이 먼데 이론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자리라는 석주명의 연구관이 반영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부는 ‘두 대가의 만남’, 석주명이 그토록 극찬했던 조선의 서화가 남계우의 그림〈꽃과 나비〉(국립중앙박물관) 등 106점을 보여준다.

‘나는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남계우의 모든 그림은 학계에서 놓쳐서는 안 될 문헌자료라고 높이 평가한다. 남계우의 나비 그림은 근래 시판되는 나비 도보가 따를 수 없다.’

▲ 남계우의 그림이 선시됐다. 나비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했는지, 석주명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00년의 시간 차를 두고 두 사람의 교류가 돋보인다.(사진=장태욱)

남계우의 그림이 얼마나 사실적이었는지 석주명은 이토록 남계의 그림을 극찬했다. 그리고 그 그림에서 나비 37종을 판별했다. 백 년을 사이에 둔 두 대가가 그림으로 마주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 전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끝까지 간 풍류, 끝까지 간 미친 짓/ 타고난 성격은 향기를 탐하네./ 하루하루 무단히 꽃 아래 잠드니/ 너는 전생에 방탕아였음을 알겠네.’

남계우가 나비 그림에 남긴 시가 소개됐다. 남계우는 나비를 보면서 자신 내면에 담긴 끝장 풍류를 표현하는 듯했다.

그리고 제주민속자연사박불관이 소장한 제주도 나비 표본도 전시됐는데, 한라산의 높이에 따라 나비의 분포가 달라지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백자에 새겨진 나비 그림

제3부는 ‘나비의 방’, 한국인의 마음에 아로 새겨진 나비를 조명했다. 조상들의 마음속 나비를 표현한 물건을 방에 전시됐는데, 그릇과 혼례복, 재떨이까지 방 안에 나비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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