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 없이 시간은 존재할 수 없다”

도민대학 ‘『순수이성비판』읽기’ 4강좌 23일 저녁, 카페 라바르에서 열려

‘제주에서 『순수이성비판』읽기’ 4차시 강좌가 23일 저녁, 서귀포 복합문화공간 라바르에서 열렸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에는 시간이 있었는가, 없었는가?’라는 주제로, 시간에 대한 칸트의 인식을 이해하는 자리였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은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려운 대상 가운데 하나다. 시간이 실재하는 지, 시간의 방향이 있는 지조차도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는 찰나적으로 존재할 뿐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 제주도민대학 ‘제주에서 『순수이성비판』읽기’ 수강생들(사진=장태욱)

김상봉 교수는 “시간은 연속적이고, 시간을 자른 단면을 ‘순간’ 혹은 ‘현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간에서 점이 존재하지 않듯이 시간에서 순간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존재는 머물러야 하는데, 시간 속에서 머무르는 존재란 없다. 이게 존재의 신비”라며 “시간을 사유하는 건 모순을 사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칸트에 앞서 시간을 사유했던 철학자로 고대 로마의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인식을 소개했다.

‘이제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미래도 존재하지 않고, 과거도 존재하지 않고,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 셋이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시간이 셋인데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라고 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그리고 이 셋은 영혼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고 제가 다른 곳에서는 이것들을 못 봅니다.’
-아우구스투스의 『고백록』11권 중에서


김상봉 교수는 “아우구스투스는 기억으로 과거를 붙잡고, 기대를 통해 미래를 통찰하기 때문에 시간이란 마음 속 아니면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칸트는 아우구스투스의 시간 개념을 근대적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 김상봉 교수(사진=장태욱)

‘시간의 근원적 표상은 무제한적으로 주어져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의 부분들 자체와 대상의 모든 크기들이 오직 제한을 통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면, 이 경우 전체 표상은 개념들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왜냐하면 그것들은 오직 부분 표상들만을 포함하기 때문에) 그것들의 근저에는 직접적인 직관이 놓여 있어야만 한다.’
-칸트의 『선험론적 감성론 제 2부』‘시간에 대하여’ 본문 중에서


김상봉 교수는 “칸트는 시간을 개념이 아니라 직관으로 봤다.”라며 “경험적 개념이 아니라 경험에 앞서 인간에게 필연적,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표상으로 인식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 운동개념은 오직 시간의 표상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선험적 직관이 아니라면 앞서 어떠한 개념으로도 시간의 모순성을 이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시간이 없다면 원인과 결과를 연결할 수 없다.”라며 “칸트에게 시간을 인간 이성이 시뮬레이션한 결과였고, 인간정신 없이는 시간이 존재할 수 없었다고 인식했다.”라고 말했다.




그럼 인간이 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김상봉 교수는 “칸트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조금 보이지만,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라며 “이 질문에 답하는 건 각자의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림읍 주민 최정아 씨는 “칸트가 마음속에 경이로운 두 가지, 하늘의 별과 마음속의 도덕법칙을 말한 것을 두고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강의를 듣고 나서, 그의 철학이 인간의 존엄에 근거한 인본주의임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강의가 어렵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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