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감각의 위병소이자 사물을 인식하는 창”
도민대학 ‘『순수이성비판』읽기’ 3강좌 16일 저녁, 열려
‘제주에서 『순수이성비판』읽기’ 3차시 강좌가 16일 저녁, 서귀포 복합문화공간 라바르에서 열렸다. ‘어떻게 세계가 내 마음속에 있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공간에 대한 칸트의 인식을 이해하는 자리였다. 3시간 넘게 강의가 이어지는데, 참석한 시민들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은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공간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어있고, 모든 사물은 그 안에서 생성하고 펼쳐진다. 공간은 실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김상봉 교수는 “칸트에게 시간과 공간이란, 모든 시뮬레이션이 펼쳐지는 지평”이라고 설명했다. 사물이 세상에 펼쳐지는 과정이란 사유와 인식의 과정인데, 그 주체가 바로 자신이라고 했다.
‘이 연구에서, 선험적 인식의 원리로서, 감성의 순수한 형식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이 밝혀질 것인데, 그것이 바로 공간과 시간이다.’
- 칸트의 선험론적 요소론의 제 1부 선험론적 감성론 본문 일부
김상봉 교수는 “우리의 인식이 어디에서 어리까지 펼쳐지는지를 묻은 것이 순수이성비판”이라며 “인간의 이성은 세계를 공간적으로 구성하고,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이 내안으로 들어왔을 때 내적 상태로 흘러가는 지평이 시간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간이나 시간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적인 존재자인가? 아니면 그것은 사물들의 규정이거나 관계로서, 우리가 사물을 직관하지 않더라도, 사물 그 자체에 귀속하는 그런 규정이나 관계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것들은 오로지 직관의 형식에만 붙어 있는 것이어서 우리 마음의 주관적인 형식이며, 이런 주관적 성질이 없다면 그런 시·공간적 술어들은 어떤 사물에도 부가될 수 없는 것인가?’
-본문 일부
칸트(1724~1804)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이전 세대 대학자인 뉴턴(1643~1727), 라이프니치(1646~1716)의 개념과 비교해 설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단락이다.
‘공간’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변은 크게 실체론과 관계론으로 나눌 수 있다. 실체론은 공간은 실재한다는 주장인 반면, 관계론은 공간은 물체와 물체 사이의 관계로 ‘환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턴은 실체론의 신봉자였다. 공간을 3차원 좌표계의 텅 빈 공간으로 실제하며, 공간이 먼저 있은 후에 사물이 공간에 붙어 있다고 주창했다. 반면, 라이프니치는 관계론을 주창했다. 빛과 사물이 먼저 있고, 사물 사이 거리와 타자적 관계가 결과적으로 공간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칸트는 뉴턴과 라이프니치 공간이론을 모두 틀렸다고 선언했다. 칸트는 공간이란 실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물 사이 관계로 규정할 수 없는 ‘직관의 형식’,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는 형식으로 정의했다.
김상봉 교수는 “우리가 공간 속에 있는데 공간이 세계를 지각하고 감각하는 창이라니, 이건 기가 막힐 노릇이다.”라고 말한 후 “세상의 모든 파노라마가 공간에 의해서 검열된다. 공간은 감각의 위병소이 때문에 (인식의)시뮬레이션 전 단계가 공간 속에 삼라만상을 배치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교수는 “칸트에 의하면, 자신의 몸을 포함해서 공간속에 펼쳐진 모든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공간이라는 창을 통해 펼쳐진 것”이라며 “서양철학은 지독하게 정신주의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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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