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묘목 품종만 30여 가지, 고생 되지만 아들 돌보는 일
[브라보 마이 라이프] 민성종묘 고민정 대표
귤나무를 생산하는 종묘상인데, 거기엔 농부도 알지 못하는 품종이 대부분이라 놀랐다. 30종 넘는 품종을 만들고 가꾸는 게 젊은 워킹맘의 일이라니 한 번 더 놀랐다. 이렇게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건 아들을 뒷바라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하귤 묘목을 심었는데, 여름에 가물고 너무 더워서 죽은 게 많았다.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절기가 묘목을 심기엔 너무 늦었다. 새순이 돋기 전인 2월 즈음에 심으면 좋은데, 지금 나무를 심으면 다시 새순을 내기가 쉽지 않다.

기후위기에 강한 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문단(文旦 ぶんたん)선택했다. 늦은 시기를 고려해 화분에서 자라는 걸 오롯이 땅으로 옮겨야 한다. 제주도에 등록된 종묘업체가 40여 개가 되는데, 그중에 골라서 찾아간 업체가 민성종묘.
내비게이션을 키고 찾아갔는데, 넓은 비닐하우스 온실 안에 30여 품중을 키우는 화분묘가 빼곡히 진열된 걸 보고 놀랐다. 묘목이 봄에 새순을 내었는데, 잎사귀로 자라서 연둣빛을 내는 모습이 너무나 싱그럽다.
그리고 이걸 젊은 여성이 관리하는 걸 보도 한 번 더 놀랐다. 귤나무 묘목을 생산하는 일은 탱자 씨를 심어 대목을 생산하고, 탱자나무에 귤나무를 접목해 키워내는 일이다. 어린 묘목이 순을 내도록 관리해야 하고 도중에 병이 들지 않게 돌봐야 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만난 종묘업체 대표들은 대체로 농사에 관록이 붙은 장인들인데, 여기 주인은 예상 밖으로 젊은 여성이다.
문단 묘목을 구매하고 대표에게 명함을 한 장 받았는데, 남편 강성전 씨와 아내 고민정 씨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명함이다. 명함에 직함도 부부가 공동 대표로 적혀있다.
고민정 대표는 원래 대기업 직원이었는데, 비료 대리점을 운영하던 남편 강성전 씨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각자 자기 일을 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려니 직장 생활을 지속하기 쉽지 않았다.
부부는 다른 일거리를 찾는 도중에 주면에서 묘목을 생산하는 사람을 보았다. 탱자 씨를 심어서 대목을 만들고, 거기에 감귤나무를 접목해 묘목을 생산하는 일이 재미도 있고 사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사업으로 하려면 육묘업 등록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 길로 사업을 시작했다.

일의 많은 부분을 부부가 직접 하고 그러다가 바쁘면 사람을 쓴다. 접목을 잘 하는 친척이 있어서 바쁠 때는 부르면 일을 거들어 준다. 또, 양묘장에 김을 매는 것도 중요한데, 그걸 고정으로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고민정 씨는 현재 사업이 예전에 부부가 각자 자신의 일을 하던 때보다 수입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일에서 겪는 어려움이 여간하지 않다.
우선, 여름에 하는 일이 많아서 더위와 싸워야 한다. 특히, 비닐하우스 안에서 더운 날 종일 쭈그리고 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최근 이상기후 때문에 묘목을 키우는 게 예전 같지 않다. 접목 했는데, 너무 더우면 싹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애로가 있다. 이건 농민을 포함해 식물 관련 모든 업종이 겪는 공통 애로다.
그리고 해마다 작물별로 수요가 급변하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천혜향은 그동안 수요가 침체됐다가 지난해 갑자가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유라조생은 수요가 많았는데 갑자기 찾는 사람이 적어졌다. 이런 걸 다 예측하기 어렵다. 수요를 크게 예측했다가 팔지 못해 남은 묘목은 양묘장에 이식해 새롭게 수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키워야 한다.
고민정 씨는 “이 일이 어려워도 운동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한다. 그런 면에서 아들이 부모를 사업가로 키웠다.”라고 말했다.
부부 사이에는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다. 큰 아들은 어릴 때 축구를 시작해 지금은 충북 소재 고등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한다. 고민정 씨는 아들의 운동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고, 이후 축구선수 활동이 끝나서 다른 일을 찾을 때 아들이 함께 할 가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가족의 미래를 위해 남편과 함께 꾸준히 일을 하는 거라고 했다.
“내가 원래 소심해요. 그런데 아들이 시합이 있는 날이면 육지에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기도 합니다. 아들 덕분에 대담해졌고, 그 때문에 육지에도 묘목을 납품하는 일도 생겼어요.”

고민정 씨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그 사업을 위해 고생도 혁신도 마다하지 않는다.
혁신의 시대, 소비자는 늘 기존의 것에 실증내고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시장은 공급자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데 거기엔 예외가 없다. 농민도 꾸준히 혁신을 요구받는 시대, 소비자의 기호를 따라가거나 예측하며 새로운 상품을 준비해야 한다.
농업에서 양묘업체는 그런 일을 최전선에서 실행하는 사람이다. 냉혹한 시장,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품종의 귤나무를 생산하는 업체, 농업을 뒷받침하는 혁신가들이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