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만 봐도 배부른데 ‘배지근한’ 국물 맛보면, 이건 끝!!

[동네 맛집 ㉙] 바당국수

추분이 지나고 밤이 점점 길어진다. 야식 생각이 절실한 날이 있다. 밤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 시장 같은 데서 따뜻한 국물요리를 나누면 좋겠는데,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이라면 바당국수를 찾을 일이다.

오석학교 동료 자원봉사 교사들과 바당국수를 처음 찾았다. 대개는 저녁 8시30분에 수업이 끝나는데, 그 시각에 갈 만한 식당이 많지 않다. 다행히 오석학교에서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바당국수가 있다. 난 올해 들어서야 그걸 알았으니, 등잔 밑이 많이 어둡다.


▲ 큼지막한 그릇에 넓게 썬 돼지고기를 뜸뿍 넣었다. 국물 맛 또한 최고다.(사진=장태욱)

4인용 식탁 15개를 비치한 식당인데, 저녁에는 꽤 손님이 붐빈다. 홀에 누가 요리를 하는지, 주인장이 종업원과 함께 홀에서 손님을 맞는다.

끼니음식으로는 국수와 국밥을 주로 판다.

국수는 멸치국수와 고기국수, 비빔국수, 멸고국수 등 4가지를 파는데, 날씨가 서늘해진 가을 저녁은 고기국수가 최고다.

우선 큼지막한 그릇에 국수가 나오는데,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서 면 위를 덮었다. 이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다. 돼지고기는 부드럽게 씹히는데, 단백하고 쫀득하다. 국물은 제주도 말로 ‘배지근’의 끝판, 진득하면서도 고소하고, 그러면서도 단백하다.

주인장은 “국수요리에는 마늘이나 생강을 넣지 않기 때문에 돼지 뼈로만 기본 맛을 내야 한다.”라며 “돼지 뼈 여러 가지를 섞어서 오래 끓여내야 이런 맛이 난다.”라고 말했다.


▲ 국밥 4종을 파는데, 개인적으로는 돼지따로국밥을 좋아한다. 돼지 사골로 국물 맛을 냈고, 머릿고기 여러 부위를 넣었다.(사진=장태욱)

국밥은 순대따로국밥, 내장따로국밥, 돼지따로국밥, 모듬국밥 등 4종인데, 개인적으로는 이집 돼지따로국밥을 추천한다. 순대국밥을 좋아하기는 한데, 메밀이 들어간 제주도 토종 순대가 들어간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집 순대국밥은 당면을 넣은 순대를 사용한다. 돼지따로국밥, 이건 맛으로나 가격으로나 정말 추천할만하다.

국밥은 돼지 사골, 그러니까 다리뼈를 끓여 국물 맛을 낸다. 고기는 머릿고기의 여러 부위를 섞어서 내놓는데, 고기가 흐물흐물 하지 않고 쫀득하다. 양념장엔 뭘 넣었는지, 칼칼한 맛아 나는데 담백한 국물맛과 어우러져 계속 먹고 싶은 맛이다.


▲ 돔베고기. 삼겹살을 푹 삶아 돔베 위에 내놓는다. 마늘과 양파, 된장, 상추와 곁들이면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사진=장태욱)

안주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돔베고기를 먹어봤다. 돔베고기 소(小)가 2만원이고 대(大)가 3만원인데 두 명이면 소 하나면 족하다. 푹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양파·마늘과 함께 도마 위에 내온다. 거기에 된장과 새우젓, 상추를 곁들여 먹으면 소주가 절로 넘어간다.

주인장은 서귀포에서만 국수장사 30년째라고 했다. 예전에는 서귀포 이중섭거리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건물 임대차에 문제가 있어 2016년에 중앙동 지금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가게 밖에 자동차 5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2023년에 서귀포시 착한가게에 선정됐다. 밤 10시30분까지 문을 연다.

바당국수
서귀포시 동문동로 21-1, 064-733-9259
멸치국수 7000원, 비빔국수 8000원, 고기국수 9000원
순대국밥·돼지국밥·내장국밥 9000원, 모듬국밥 1만1000원
돔베고기 소 2만원, 대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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