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맛에 팔려 밥 먹는 것도 잊었다

[동네 맛집 ⑩] 하효 소머리국밥

머지않아 영등할망이 섬을 찾아올 걸 미리 알려주려는 것일까? 3월 초입에 강추위가 돌아왔다.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린 뒤에 찾아온 추위라 어리둥절하다.

추위을 이기는 데에는 따뜻한 국물만한 게 없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에 따뜻한 밥 한 술 뜨면 몸에 온기가 차오르게 마련이다. 세상이 팍팍하고 삭막해도 국밥 한 그릇 나눌 벗이 있다는 건 아직 살만하다는 거다.


▲ 소머리국밥 한 상(사진=장태욱)

친구로부터 문득 전화가 걸려왔다. 바쁘지 않으면 점심 한 그릇 같이 하자는 얘기다.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 국밥 한 그릇 나누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효돈파출소 앞에 있는 ‘하효 소머리국밥’이다.

소머리국밥은 소머리와 사골, 우거지, 무를 물에 넣고 오래 끓여 국물 맛을 낸다. 국물을 오래 우려낼수록 단백하고 진한 맛을 낸다.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데, 맛을 볼 때는 별다른 격식이 필요 없다. 우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별다른 격식이 필요 없는 것과 비슷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20여명 쯤 앉을 수 있는 조그만 식당이다. 테이블마다 가득 채운 손님들이 맛있는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다. 식사를 끝낸 손님이 ‘밥을 맛있게 얻어먹었으니, 커피를 사겠다’고 말하는 게 들렸다.


▲ 식당 내부(사진=장태욱)

소머리국밥과 설렁탕을 파는 식당인데, 소머리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다.

부추와 배추, 양념간장, 된장, 양파지 등이 우선 식탁에 올랐다. 그리고 뚜껑 있는 용기 두 개가 나왔는데,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들어 있는 용기다. 빈 접시에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덜어냈다. 붉은 색 진한 김치와 깍두기가 입맛을 자극했다.

잠시 후 국밥이 나오는데, 뚝배기에 담긴 국밥이 펄펄 끓는 소리와 함께 모락모락 김을 뿜어 올렸다. 입맛을 자극하기에 적당한 소리와 풍경이다. 국물에 부추를 넣고 국물 한 숟가락 입에 넣었는데, 맑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몸속으로 들어간 국물이 계속 국물을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숟가락은 부지런히 국물을 떠 날랐다.


▲ 진한 국물 맛에 쫄깃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이다.(사진=장태욱)

국물을 반쯤 먹고 나서 고기 한 점을 먹었는데, 소고기 맛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고기를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모르는 새 뚝배기가 비어간다. 그러고 보니 밥을 먹는 것을 잊을 뻔했다.

따뜻한 밥 한 술에 국물 한 모금, 밥 한 술에 국물 한 모금.. 그러다보니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맛있는 밥 얻어먹었으니 커피를 사겠다고 했던 손님의 얘기가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소머리국밥과 설렁탕 모두 1만 원이니, 가격 대비 훌륭한 가성비다. 소머리와 쌀, 배추는 모두 국산을 사용한다. 김치와 깍두기 등 밑반찬도 모두 주인장이 손수 만든다고 했다.

위치는 서귀포시 효돈로 174. 소머리국밥·설렁탕 1만 원, 소머리국밥 특대 1만5000원, 수육 소 3만5000원,

수육 대 4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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