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대추 향과 진한 국물, 돼지족탕이 왜 이리 고급스러워?

[동네 맛집 ③] 토평동 ‘거믄질’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뜻한 국물요리가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싸늘해짐 몸과 마음을 데우기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이 최고다. 거기에 김치나 깍두기 한 점 더하면 겨울 음식으론 더할 나위 없다.


▲ 돼지족탕 1인분 한 상(사진=장태욱)

토평에서 사업하는 벗이 자주 가는 음식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돼지족탕과 김치찌개, 순두부, 순댓국 등 국물음식을 파는 음식점인데, 상호가 ‘거믄질’이다.

김치찌개와 순두부, 순댓국은 주변의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돼지족탕은 흔치 않다. 북극한파가 다녀간 여파로 아직 아침 한기가 남아 있어서, 족탕 한 사발로 하루 에너지를 충전하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손님을 받는데, 그날 우리가 마수손님이다. 족탕과 김치찌개를 한 그릇씩 주문하고 앉았는데, 금방 찬이 나온다. 반찬으로는 김치와 늙은호박무침, 버섯무침, 콩나물무침과 더불어 풋고추와 된장양념이 나온다. 탕에 간을 할 새우젓과 족발 살점에 곁들일 고추냉이 간장이 나온다.


▲ 인삼과 대추가 들어있어 족탕이지만 고급스럽다.(사진=장태욱)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족탕과 김치찌개가 나온다. 검은 뚝배기에 담은 족탕과 바닥이 넓적한 냄비에 담긴 찌개가 식탁에 오르는데 경쟁이나 하듯 모락모락 하얀 김을 내뿜는다. 입에 넣기 전인데, 이미 따뜻한 국물이 몸에 스미는 듯 행복했다.

족탕 국물 위를 덮은 붉은 대추와 하얀 인삼, 푸른색 파가 눈에 띤다. 겉보기로는 단순한 국물요리가 아니라 비싼 보양탕이다. 국물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돼지 뼈에서 우러난 진한 국물맛과 함께 인삼•대추 향이 밀려온다. 국물도 맛이 진한데, 탁하지 않고 맑은 빛이 돈다. 돼지 부산물 요리가 이렇게 고급스러워도 되나?

주인장은 “젊어서 서귀포에서 돼지족탕을 많이 먹었는데, 그때마다 국물에서 잡내가 많이 났다”라며 “그걸 제거하려고 인삼도 넣고 대추도 넣었는데. 그게 우리집 족탕 레시피로 굳어졌다”라고 말했다.

김치찌개도 한 사람이 먹기엔 넉넉하게 나온다. 국물이 진국인데, 돼지고기 씹을 때 쫄깃한 느낌이 살아있다. 찌개에 들어있는 돼지고기와 김치가 싱싱해서 쿰쿰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 김치찌개. 양이 넉넉하고 맛이 진하고 신선하다.(사진=장태욱)

▲ 토평동 거믄질

주인장은 안덕면 사계리가 고향이다. 식당 이름이 ‘거믄질’은 사계리의 옛 지명에서 차용했다. 과거 사계리 산방산 서쪽 마을 이름이 ‘검은질’이었고, 검은질을 이두식으로 표현한 게 ‘금물로’이다.

주인장이 사계리에서 태어나 어려서 서귀포로 이사해 살았다. 그런데 10년 전쯤 토평동에서 식당을 개업할 때, 고향 생각이 나서 ‘거믄질’이라는 지명을 간판에 달았다.

뜨끈한 족탕 한사발로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웠다. 쓸쓸하고 쌀쌀할 땐, 친구와 진한 국물요리 한 사발이면 행복하다.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연다. 족탕은 1만1000원, 김치찌개•순두부•순댓국은 9000원이다. 위치는 서귀포시 토평로 29번길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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