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제육볶음과 수북한 채소, 양념간장까지.. 진짜 ‘대박’

[동네 맛집 ㉗] 하례리 쇠소깍대박밥상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산다. 원래 고향은 아니고 어쩌다 2010년에 이 마을에 집을 구해서 가족과 정착했다.

순박하고 좋은 마을이다. 마을 주변에 제주도에서 가장 크고 긴 하천인 효돈천이 있는데, 유네스코 생물종 보전지역의 핵심구역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하천이다. 그런데 생태계에 유익함 때문에, 마을은 개발이 극히 제한된다. 주민들은 대체로 농업에 의지해 생활하고, 품질 좋은 귤 덕에 농촌임에도 넉넉하게 산다.


▲ 제육볶음정식 2인분 한 상(사진=장태욱)

웬만한 마을이 있는 카페나 노래방 같은 것도 찾기 어렵다. 우리가 처음 이사 왔을 땐 음식점도 없었는데, 이후 몇 군데 새로 생겼다. 바쁠 때 근처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는 건 참 편리하고 좋은 일이다.

‘쇠소깍 대박밥상’은 2017년에 문을 열었는데, 주인장 인심이 좋아 손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상호 대로 주인장도 대박이 나고, 손님도 대박이 나는 느낌이다.

식사 메뉴로는 제육볶음백반과 차돌박이된장찌개, 해물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을 팔고, 안주로는 삼겹살과 닭볶음탕, 뼈감자탕, 동태전골, 고등어조림 등 다양하게 판다.


▲ 음식이 푸짐해서 상호 그대로 대박이다. (사진=장태욱)

그동안 제육볶음백반을 주로 먹었고, 여럿이 왔을 때 뼈감자탕과 고등어조림을 먹었다. 언제라도 음식에 부족함이나 불만은 없었다. 내가 이집을 소개한 게 계기가 되어, 단골이 된 사람들도 꽤 있다.

5일 아침, 농장에서 일을 하고 점심을 이 가게에서 먹었다. 일에 너무 지쳐서 멀리 갈 의욕도 생기기 않았다. 점심이라 제육볶음백반을 주문했다.

음식을 주문하면 밥과 국 반찬이 같이 빠르게 나온다. 우선 철판 스테이크 접시 위에 수북하게 담긴 제육볶음이 상 가운데 오른다. 그리고 마을과 양념된장을 제외하고도 7가지 찬이 추가로 상에 오른다. 이집에서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밑반찬은 간장게장이다. 그리고 쥐치포볶음, 두부튀김, 가지볶음, 배추김치, 오이김치, 양파장아찌 등이 상을 가득하게 채운다.


▲ 고기와 양파, 대파가 어우러져 제육볶음에서 기분 좋은 맛이 난다.(사진=장태욱)

제육볶음이 있어서 상추와 고추가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겨 나온다. 채소의 양도 풍부하지만 갓 따온 것인지 싱싱한 게 이를 때 없다. 한상 채워보면 식당의 이름에 왜 ‘대박’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 정말로 손이 큰 주인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밥은 흰쌀밥에 국은 오이냉국이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오이냉국이 여간 반갑지 않다.

제육볶음정식이어서 제육볶음이 식단의 질을 좌우한다. 돼지고기는 얇고 넓게 썰었고, 이걸 양파와 대파, 마늘과 함께 볶았다. 양파와 대파의 단맛이 고기에 스몄고, 싱싱한 돼지고기를 재료를 썼는지, 씹을 때 쫄깃한 느낌이다. 상추 한 장을 들고 그 위에 고기 한 점, 양파 한 조간, 대파 한 조각을 올려 먹으면, 고기와 채소의 맛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맛이 올라왔다.

간장게장은 짭조름한데, 게살을 씹으면 싱싱한 느낌이다. 밥 한 숫갈 먹고 간장 게장 한 조각 빨아 먹으면, 정말 밥도둑이다.

그렇게 둘이 한 상 푸짐하게 먹고 일에 허기진 배를 달랬다. 집 근처에 이런 식당 있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쇠소깍대박밥상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일주동로 8046, 
762-0107
제육볶음백반 1인분 1만원, 찌개류 전부 1만원
닭볶음탕·뼈감자탕 3만8천원, 고등어조림 3만원(소), 4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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