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갈치·전복회가 밑반찬, 싱싱하고 정갈한 모둠회 가성비 갑

[동네 맛집 ㉖] 중앙동 형아시횟집


상선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다. 8개월 정도 승선한 후 휴가를 받는데, 만날 때 마다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게 안쓰럽다. 요즘은 상선에서 먹는 음식이 예전 같지 않아, 맛있게 먹을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한국 상선에 근무하는 선원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그땐 그게 정상인 줄 알았는데 세상이 변했다. 한국인 항해사, 기관사들이 승선을 기피하자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해운회사들이 처음에는 인건비를 올려 인력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의치 않았고 오히려 회사의 수익률만 떨어졌다. 결국 한국인 젊은 선원 구하는 걸 포기하고 값싼 외국인을 쓰는 게 대세가 됐다. 대신 선장과 기관장만 한국인으로 태우면 배는 어느 정도 굴러간다.


▲ 모둠회 밑반찬으로 싱싱한 해산물 요리가 나온다.(사진=장태욱)

그런데 이렇게 되니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의 끼니에 문제가 생겼다. 예전엔 한국인 조리사들이 음식을 맛있게 차려줬는데, 이젠 외국인 조리사에게 음식을 얻어먹어야 한다. 김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은 엄두도 못 낼 판이고, 답답한 사람이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한다. 요리에 서툰 사람은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친구 기관장은 그동안 제주도 음식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몸국이나 갈치조림도 그립고, 신선한 회 생각도 간절했다. 그래서 23일, 친구와 찾아간 곳이 서귀포시 중앙동에 있는 ‘형아시횟집’이다.

올해 봄에 문을 연 식당이다. 주인장은 이전에 강정동에서 장사를 하다가 옮겨온 것이라고 했다. ‘형아시횟집’이란 상호은 형과 아우가 같이 장사를 하는 데서 붙인 이름. 친 형제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서로를 ‘형’, ‘아시’라고 부르는 사람이 함께 장사를 한다.

이 식당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6월이다. 식당 자리가 서귀포 오석학교 가까운 곳이어서, 수업하기 전에 자리물회 한 그릇을 먹고 간 적이 있다. 된장 베이스로 국물 맛을 잘 냈고, 자리돔도 싱싱해서 함께 먹은 사람도 훌륭한 음식이라고 했다, 가격도 1인분 1만2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 고등어, 메로 구이(사진=장태욱)

이번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으니, 조금 비싸도 모둠회를 먹기로 했다. 모둠회는 아시상(2인, 8만원), 형님상(3인분, 11만원), 형아시상(4인분, 13만원), 형아시스페셜(15만원) 등 4가지로 구분해 판다. 2명이니, 아시상을 주문했다.

갈치회와 고등어회, 전복회, 멍게회, 소라숙회, 튀긴 방게, 삶은 새우 등이 밑반찬으로 나왔다. 눈으로도 신선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생선초밥 4조각과 김, 간장, 양파, 샐러드 등도 나왔는데, 모두 깔끔하고 정갈했다. 종업원이 갈치회와 고등어회는 김에 싸서 양파나 샐러드를 얹고 먹으라고 했다. 종업원이 시키는 대로 먹었는데, 쫄깃한 식감과 함께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소라숙회와 전복회도 쫄깃하고 싱싱해서 자꾸 젓가락질을 불렀다.


▲ 모둠회가 돌 위에 정갈하게 올려 나왔다. 우럭과 참돔, 도다리, 광어가 재료다.(사진=장태욱)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 주변을 살피더니 처음 밑반찬을 다 먹을 무렵 생선회를 내왔다. 우럭과 참돔, 도다리, 광어 등 4가지 회를 각각 돌 위에 올려 내왔는데, 보기에도 깔끔했다. 참돔 한 점을 먹어보니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고, 우럭은 쫄깃한 식감이 최고다. 친구도 회 몇 점 맛보더니, “회 맛은 제주도가 최고”라고 했다.

회를 먹는 도중에 고등어 한 마리와 메로 두 조각이 구워져 나왔고, 고구마튀김과 새우튀김이 나왔다. 고구마튀김은 횟집에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맑은탕(지리)가 나왔다. 맑은탕에 들어간 생선은 우럭과 참돔, 도다리, 광어 등 모듬회에 들어가는 생선의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생선 맑은탕을 먹는 친구가 행복해보였다.

형아시횟집
서귀포시 동홍로 29 1호
자리물회, 한치물회, 전복물회 1만2000원, 회덮밥, 회초밥 1만원
모둠회 8만원부터 15만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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