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반찬에 구수한 된장국, 꽉 찬 백반인데 8000원

[동네 맛집 ⑥] 동홍동 ‘유명한 정식’

집밥이 그리운 날이 있다. 여행스케치가 노래했듯 바깥 밥이 물린 날은 장국과 연탄불 고등어가 생각이 절실하다.

서귀포시 학생문화원 가까운 곳에 집밥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음식점이 있다. 주인장은 3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데, 메뉴는 백반정식 오직 한 가지다. 12가지 반찬에 구수한 된장국까지 빼놓을 게 없다. 상호는 ‘유명한 정식’이다.


▲ 12가지 기본 찬이 먼저 오른다. 달걀 프라이는 손님이 직접 요리한다.(사진=장태욱)

오전 10시30분에 장사를 시작하는데, 정오 무렵에 가면 손님이 몰려 밖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편히 자리를 잡으려면 11시나 오후 1시 무렵이 좋다. 어떤 날은 1시 이후에도 줄을 서는 날이 있다.

식당에 4인용 테이블 7개가 있다. 19일 오후 1시30분 무렵에 갔는데, 다행이 손님 한 팀이 떠나고 직원이 빈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그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자리에 앉은 잠시 뒤에도 손님이 왔는데, 이들은 몇 분 기다려야 했다.


▲ 오후 2시가 다 될 무렵에도 손님이 많다.(사진=장태욱)


▲ 필자가 직접 달걀 2개를 요리했다.(사진=장태욱)

백반 2인분을 주문했는데, 김치와 고사리무침, 시금치무침, 김무침, 깻잎, 새송이버섯부침, 시금치무침, 어묵소시지볶음, 오징어포볶음, 과일샐러드, 삶은 부로콜리 등 11가지 기본찬이 우선 상에 오른다.

여기에 달걀 프라이가 있는데, 이건 손님이 스스로 요리해야 한다. 식당 한 구석에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 식용유, 달걀이 비치됐다. 이집에 오는 손님은 스스로 레인지에 불을 켜고 식용유를 뿌려 달걀 요리를 한다.

손님이 달걀을 요리하는 동안, 직원이 도톰한 고등어를 구워서 내온다. 기름기 흐르는 고등어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자극한다. 그리고 쌀밥과 된장국이 올라 한 상이 완성된다.


상에 오른 모든 음식 12가지 찬 가운데 빼놓을 게 없다.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 간을 세게 하거나 MSG를 과하게 넣거나 하지 않았기에 물리는 음식이 없다. 심지어 된장국도 오래 우려낸 단백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 12가지 찬과 밥과 국, 한상이 완성됐다.(사진=장태욱)

주인장은 전라남도 해남이 고향이라고 했다. 30년 전에 해남에서 서귀포로 이사 온 후 30년 내내 음식점을 운영했다. 처음 18년은 다른 곳에서 했고, 지금의 자리에서는 12년째 하고 있다. 주인장 고향이 전라도 해안이라서 그럴까? 김무침에서 달고 향긋한 맛이 독특하다.

두 명이서 밥과 국, 12가지 찬을 거의 다 비웠다. 그렇게 먹었는데, 1인분 8000원이다. 물가가 많이 올라 주변에 1만원 아래 밥상 찾기도 어려운데, 이 집은 몇 년째 8000원이다. 대신 두 명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 반주로 술을 파는데, 소주와 맥주는 각각 4000원, 막걸리는 2000원이다.

주인장은 “난 진짜로 먹고만 살면 된다. 8000원에서 더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라고 했다.



유명한 정식. 평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손님을 받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위치는 서귀포시 중앙로 150번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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