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물, 갯벌 용궁 활짝 열리니 조개도 잡고 추억도 쌓고

6일 오조리 갯벌체험장, 시민과 여행객 북적

성산읍 한도교 남쪽 갯벌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공휴일이라 시민과 관광객이 갯벌에 모여 조개와 게 등 해산물을 잡고 있다. 가족 단위 체험객이 많은데, 특히 즐거운 건 어린이들이다.

제주도에는 갯벌이 드문데, 성산읍 광치기해변과 식산봉과 성산일출봉이 감싸는 해안은 드물게 갯벌이 형성됐다. 지난해 말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조개를 캐는 곳은 ‘오조리 조개체험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어린이들(사진=장태욱)

성산항 내수면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띤다. 항구 안쪽에는 수심이 얕은 물가인데, 한도교 안쪽은 갯벌이다. 여느 갯벌과 마찬가지로 만조에는 얕은 물가가 되었다가, 간조에는 갯벌이 드러난다.

6일은 현충일이라 공휴일. 물기로는 8물로 간조 때 갯벌이 드넓게 펼쳐지는 날이다. 이날 간조는 오후 3시25분, 갯벌 용궁의 문이 활짝 열리는 시각이다. 많은 시민과 여행객이 용궁의 입구에서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앉았다.

어린이 세 명이 모여 조개를 캐는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소쿠리에 해산물이 가득한데, 어린이들은 조개와 게, 가재, 불가사리까지 자신들이 잡은 해산물의 이름을 잘 알고 있다. 이걸 모두 직접 잡았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잡은 것도 있고, 모르는 오빠가 잡아준 것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표정에 부자가 된 것 같은 기쁨과 흥분이 느껴졌다.


▲ 어린이들이 잡은 해산물(사진=장태욱)

예닐곱 명이 즐겁게 조개를 잡는 가족도 보였다. 충남 천안에서 왔다는 양나경 씨는 “이모가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데, 일가족이 연휴에 이모댁에 왔어요.”라며 “이모가 조개 캐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충남 얘기를 듣고 옆에서 “우리도 충남 출신인데요. 오늘 충남 정모하는 날인가요?”라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박찬규 씨인데, 충남 아산에서 살다가 9년 전에 제주도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적응하고 직장도 구해서 살고 있다고 했다.

박 씨 가족은 이들 부부와 두 딸 등 네 명이다. 박 씨는 “아산에 살 때도 조개잡이를 좋아해 당진에 갔던 적이 있어요. 제주도에도 조개를 잡을 수 있는 갯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박찬규 씨 일가족(사진=장태욱)

박 씨는 “큰딸이 6학년인데, 내년부터는 함께 오기 어려울 것 같아요. 가족이 함께 조개를 캐는 게 올해가 마지막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 들어서기 전에 추억을 쌓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읽혔다.

갯벌 체험장에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걸 보니 이제 여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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