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거친 물살고단한 날엔봄볕 찬란한자구내가 좋다.억겁의 세월바람과 파도에제 살 내준 수월봉슬픈 가족사를 전하고빨랫줄 위에선짠물 빠진 오징어봄 햇살 아래기지개를 켠다.PHOTO BY 양희라
변덕스러운 하늘이느지막이 내어준게으른 봄 맞으러고산포구 가는 길해안가 어느 마을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더께로돌담도 벽도 까만 집들이옹기종기 모여 있다.마당 빨랫줄마다지친 옷들이온몸에 봄볕 받으며하품을 한다.PHOTO BY 양희라
세상이 어지럽고상념 끊이지 않아신들의 자궁송당 당오름에 올랐다.이글거리는 열정과 욕망에금백조와 소천국은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 낳고잘도 키웠다.등반로 주변모든 나뭇잎들이흐린 하늘과 햇빛 한 조작을입에 물고 있다.PHOTO BY 양희라
가슴에 맺힌 한이그리도 많아아우성치던 용암대지에 남긴 거친 생채기어느 용감한 씨앗 한 알깨진 돌 틈에 파고들더니더께 진 시간 위에마침내 신성한 숲, 저지곶자왈대지의 뜨거웠던 기억과서늘한 공기를 비벼제주백서향 숨을 쉴 때난 그윽한 향기에 취한다.PHOTO BY 양희라
일찍이 청년 김영갑은현몰(顯沒)하는 아름다움을 찾아1950년대 빨지산처럼구좌 땅 오름과 오름을 헤맸다.둔지봉 오르는 날해송과 억새, 바람봄 내음 빚어이젠 나를 반긴다.눈앞에 파도치는 바다구름 낀 들녘과 오름병풍여기 우리 말고영등할망도 왔구나PHOTO BY 양희라
불쑥 찾아왔던폭설과 한파정월 대보름 호령에한라산으로 퇴각했다.먼 바다에서 바람 타고들녘에 차오른 봄물일출봉, 성읍마을 지나큰사슴이 앞에 멈췄다.대록산 둘레길큰 사슴 한 마리튀어나올 것 같은새벽 어스름숫한 오름은 모두제 노래를 부르고풍력발전기는 도돌이표후렴을 반복한다.P
입춘 지나고도닷새인데봄 대신 찾아온시베리아 동장군쏟아부은 눈가루놀라 귀신도숨을 죽인 이승이 겨울숲눈을 파고드는발자국 소리헐떡거리는숨소리걸을수록눈은 깊어지는데여기까지 왜 왔는지는아무도 묻지 않았다.PHOTO BY 양희라
입춘이 코앞인데큰아버지처럼 불쑥들녘에 하얀 손님이찾아왔다는 소식들뜬 마음에찾아간 물영아리눈이 시리도록 하얀 설원(雪原)온몸을 간질이는 차가운 공기앞선 발자국 따라걷는 길 위에도란도란이야기도 새겼다.PHOTO BY 양희라
소용돌이치는 세상독한 회의와 번뇌에 겨워비자나무 향기를 좇아멀리 찾아간 돝오름등반길 안에선키 큰 삼나무도키 작은 소나무도제 향기를 자랑한다.높은 곳에 닿으면구름 낀 하늘 아래길거리 응원봉 같은올록볼록 오름 세상“네 몫을 하면 되.”천년 비자림을 지켜온작은 수문장돝오름의
대한(大寒) 앞둔 한라산에서리 잔뜩 내려앉은 새벽눈부신 태양 솟는 곳으로차는 달렸다.퇴임하는 동료와낭끼오름 오르는 길억새 사이로 나무 아래로한걸음 한 계단사방이 트인 오름 꼭대기시간이 잠시 멈춘 듯천지가 고요하고풍력발전기마저 숨을 죽였다.“이렇게 멀리 왔나?”지나온 발
오름의 종가 구좌읍에달걀 같은 봉우리 몇 개서로 몸을 지탱하는동검은이오름이 있다새벽 어스름에 떠난 길인데싸늘한 바람과 마른 풀 내음나를 치유할 모든 것이길 앞에 펼쳐졌다.파란하늘 맞닿은 능선올록볼록 사방이 봉우리주몽을 깨울 듯이찬란한 햇살 쏟아진다.PHOTO BY 양희
중산간의 속살신례리 언덕배기에겨울바람에 실려붉은 꽃이 왔다시인 최영미가‘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라던 그 꽃어지러운 세상‘큰 새’의 추락을 들었나?눈물보다 먼저붉은 꽃송이가 떨어졌다PHOTO BY 양희라
주말, 추억의 숲길설레는 마음을 아는지내 앞길에하얀 카펫이 깔렸다.바깥의 들끓는 함성미처 여기에 닿지 못하고흰옷 소녀를 맞으려바람도 숨을 죽였다.시인 백석이하얀 당나귀 타고나타날 것 같은겨울 숲PHOTO BY 양희라
이른 아침 고살리숲,싸늘한 공기 앞세워코를 파고드는피톤치드 짙은 향오랜 세월숲을 흔드는맑은 시냇물의 노래여기 좁을 길을 냈다.비로소 속괴,시간이 멈춘태초의 연못 앞에서모두 침묵했다.PHOTO BY 양희라
연말 이라,흐르는 청춘 붙들려는조급한 마음으로바람을 거슬러 찾은 군산부지런한 바람은산에 조각을 새기고부지런한 발길은오솔길을 냈다.정상에서 맞는겨울 바닷바람겨드랑에서새싹이 돋는다PHOTO BY 양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