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신혼부부를 떠올리게 하는 한 쌍의 나무
[주말엔 꽃] 서귀포시 동부도서관 입구 동백과 백목련
붉은 동백꽃을 배경으로 하얀 백목련이 웃음을 활짝 터트렸다. 푸른 하늘 아래 붉고 흰 꽃이 대비를 이루며 바람에 한들거리는데, 화려하고 화사한 풍경이 마치 신혼부부를 닮았다.
효돈동 119센터 동쪽에 서귀포시 동부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진입로가 있다. 진입로 초입에 붉은 꽃과 하얀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하도 큼직한 꽃이어서. 차를 타고 지나면서도 그 장면이 눈길을 끈다. 운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토종 동백은 겨울에 활짝 피었다가 봄에 지는데, 지금은 동백의 품종이 하도 다양해서 피고 지는 시기가 제각각이다. 지금 이곳에 피어있는 동백은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같은데, 꽃이 크고 꽃잎이 겹으로 펼쳐졌다. 워낙에 화려해서 집에 한 그루 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얀 꽃은 백목련이다. 목련은 제주도가 원산인데, 백목련은 중국이 원산이다. 보통은 봄에 잎이 나기 전, 3월에 꽃잎을 펼치기 때문에 꽃이 필 때면 나무 한 그루가 온통 흰색이다. 꽃받침과 꽃잎이 구분되지 않는다. 꽃이 피어서 지기까지 기간이 한 달 남짓하다. 꽃잎이 지고 나면 나무에서 잎이 돋고 나무는 초록 잎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동백나무와 백목련이 나란히 서있는 걸 보면서 결혼하는 신랑·신부를 떠올렸다. 초록 잎에 붉은 꽃을 듬성듬성 달고 있는 동백과, 순백의 옷을 입고 있는 백목련이 예식장에 서 있는 신랑·신부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황홀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것도 잠시, 동백은 꽃잎이 절반 넘게 떨어졌고 백목련도 꽃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날이 더워지면 이 화사한 것들도 곧 아름다운 것들을 떨어뜨리고 생장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같은 이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화려한 것은 모두 잠시의 일이고 늘 험난한 세속에서 밥을 벌어먹기 위해 비루한 일을 감내해야 하는 게 인생이다. 화려한 일은 기억에 저장하고 비루한 삶을 감내하고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게 성장의 과정이다.
인생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그리운 이들은 동부도서관 입구에 가 볼 일이다. 거기에 푸른 하늘 아래 바람에 한들거리는 아름다운 나무 한 쌍이 찬란한 봄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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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