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꽃대롱 끝에 너무나 요염한 입술, 농부는 가슴이 뛴다
[주말엔 꽃] 광대나물 꽃
봄이 되며 농부의 마음이 분주해진다. 농장에 밑거름도 줘야 하고, 과수나무에 가지치기도 해아 한다. 1년 농사의 성패가 봄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 농부가 분주해지는 건 대지가 잠에서 깨어나기 때문이다. 겨울에 숨을 죽이던 땅에서 새로운 것들이 돋아나고, 나무에 새물이 오르며 색깔을 달리 한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땅이 갑자기 바지런해지는데, 이 때 농부는 바지런해지기 경쟁에서 땅에 뒤지면 안 된다.

대지가 바지런해질 무렵, 가장 먼저 땅을 화사한 색으로 물들이는 풀이 있다. 광대나물 꽃이다. 겨우내 제 색깔을 드러내지 않다가 봄이 될 무렵이면 초록 잎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금새 보라색 꽃을 피운다.
광대나물을 보면 마치 사찰의 불탑을 닯았다. 불탑에서 탑신부 위 상륜부에 보주나 용차, 보개로 멋있게 장식하는데, 이처럼 광대나물도 긴 줄기 끝을 보라색 꽃으로 장식한다. 그리고 줄기 중간에 불탑의 옥개처럼 잎으로 층위를 구성한다. 광대나물을 보개초라고 부르는 것도 붙탑 상륜부 보개처럼 꽃이 줄기 끝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광대나물은 귀화식물이지만 지금은 길가나 빈터에서 흔히 자란다. 광대(廣大)라는 이름은 그만큼 번식력이 강해서 넓게 분포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나물이란 데서 식용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제주도에서 광대나물은 1월말이나 2월 초순에 핀다. 줄기 위쪽에 초록 잎이 줄기를 완전히 둘러싸는데 그 잎에서 연한 보라색 꽃이 핀다. 꽃은 작고 나팔 모양으로 길쭉하다. 꽃대롱의 끝은 마치 사람이 입을 벌렸을 때처럼, 위 아래로 나뉘어 통로를 만든다. 그리고 아랫입술은 세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마치 입술 아래에 나비 모양이 장식품을 걸치고 있는 것 같다. 식물의 입술 치고는 너무나 요염하다.
광대나물도 꽃이 열매를 맺는 장치를 다 갖고 있다. 안쪽에 암술 1개와 수술 4개가 있다는데, 꽃이 매우 작아서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열매 역시도 매우 작은데 그 안에 씨를 품는다. 광대나물 씨에는 개미가 좋아하는 성분이 있어서, 씨앗 떨어지면 개미가 그걸 부지런하게 나른다. 개미가 씨를 나르다 지치면 땅에 떨어뜨리기 일쑤인데, 그 과정에서 광대나물은 서식지를 넓혀나간다. 광대나물 서식지가 광대해진 건 개미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육지부에서는 광대나물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했다는데, 제주도에서는 식용으로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광대나물에 ‘접골초’라는 이명이 있는 걸 보니 옛 사람들은 뼈를 붙이는 효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경락을 통하게 하며 부종을 내리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나 광대나물 줄기가 기를 쓰로 자란다. 그냥 나두면 씨앗을 퍼트리고 서식지를 넓힐 것이다. 꽃을 다 보고나면 풀을 베야 하는 게 농부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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