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지친 이들이 함께 '활활' 날아오르는 방법
[전시] ‘활활살롱’의 ‘V가 X에게’ 22일, 서귀포중앙도서관에서 개막
아이 양육자들이 모여 문학과 예술 활동으로 자신을 치유하는 모임이 있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인데, 이들이 쓴 편지글과 그림을 공유하는 전시회가 열었다. 22일 오전, 개막식과 함께 낭독회가 열렸는데, 글을 읽는 동안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양육자 활동모임 ‘활활살롱(VIVA BOOK SALON)’이 ‘V가 X에게’라는 주제로 올해 첫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서귀포중앙도서관 4층 전시공간에 그동안 준비한 작품을 선보인다. 22일 오전 10시에 가족과 지인을 초청해 개막식을 열었고, 이어 낭독도 하고 다과도 나눴다.

‘활활살롱’은 육아에 종사하는 여성 혹은 남성이 모임이다. ‘활’은 활자(活字)와 활기(活氣)를 중의적으로 표현한다. 육아에 지쳐서 삶의 의욕을 읽고 우울의 나락으로 빠지기 쉬운 양육자들, 이들이 글쓰기와 예술 활동을 통해 의욕과 활기를 되찾고 자신을 치유하고자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두 번 만나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삶의 고충도 털어놓고 서로 위로도 주고받는다.
회원들은 존 버거의 소설 『A가 X에게』(열화당, 2009)을 모티브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A가 X에게』는 편지로 쓰인 소설이다. 아이다라는 연인이 테러리스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연인 사비에르에게 보낸 편지들인데, 사비에르는 연인이 보낸 편지지 뒷면에 메모를 남겼다. 이건 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억압된 현실에서 스스로를 다잡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수단이 된다.
‘활활살롱’는 소설의 제목을 차용해 ‘V가 X에게’로 전시 제목을 잡았다. V는 Viva(활력), 즉 모임의 이름이자 핵심 주제다. 회원들이 각자 누군가에게 진실한 편지를 쓰면서, 자신을 다잡고 사랑도 확인하자는 취지다. 편지를 보면서 X가 누구인지 유추하는 것도 보는 이에게는 흥밋거리다. 개인별로 편지 대여섯 편과 편지에 어울리는 그림도 그려서 전시했다.


개막식에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오한숙희 씨는 “나도 32세 중증자폐 딸을 키우는 끝나지 않는 육아를 하고 있다. 여러분과 나의 육아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성은 인생이 활활 날아다닐 정점에서 출산을 하고 완전히 포복을 해야 하는 급전직하의 경험을 한다. 여기서 겪는 심신의 고통의 크다.”라고 말한 후에 “출산과 육아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데, 이 다른 세계가 정말 아름다운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걸 여러분이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새벽에 글을 써요. 그녀가 무반주 첼로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네요, 글을 쓰다가 스스로에게 위로를 받는 시간을 가지며 눈시울이 불거져요.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자신에게 허물없이 다가가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그녀에게는 새벽에 글을 쓰는 시간이래요.
-이주희 작가 편지 중
고등학교 입학을 앞든 어느 날, 모두가 잠든 저녁에 그는 혼자서 거실에 남아 칠레산 와인을 마시고 있었어요. … 그는 두꺼운 목소리로 고요함을 깼고 그전에 보지 못했던 밝고 투명한 색깔을 보여 줬어요. 거실 창 커튼 사이로 햇빛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그는 ‘난 네가 제일 사랑스러워’라고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날에 나를 바라보았던 그 다정한 눈빛과 부드러운 느낌은 그 뒤로 보이지 않았고 그는 원래의 단단하고 밀봉된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하수현 작가의 편지 중


활활살롱 대표를 맡은 박초연 작가는 “우리가 전문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이런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삶의 활력을 찾고자하는 모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시가 처음이라 서툰데 그래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와서 응원해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초 전시는 이달 31일까지로 예정됐는데, 도서관 사정에 변화가 생겨서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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