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농사 아버지 위한 회사, 장애인을 소시지장인 만드는 회사

[현장] 식품 박람회 ‘제주잇(eat)수다’

경기가 얼어붙었다. 소비가 위축되고 업체들은 매출이 추락했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런 와중에 식품 업계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박람회를 열었다. 포장과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새로운 판매망을 공략하는 일에 고군분투하는 업체의 노력이 돋보인다.

식품 박람회 ‘제주잇(eat)수다’가 2월 28일 개막했다. 제주농축산물, 가공식품, 밀키트, 식품 기기 등을 판매하는 식품 관련업체 80여 개 사가 부스를 마련해 자사 상품을 홍보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행사를 주최하는데,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 식품 박람회 '제주잇수다'가 2월 28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사진=장태욱)

28일 오전, 박람회장을 찾았다. 제주도 식품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자사 상품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라봉, 당근, 계란 등 지역 농수산물도 많았고, 소시지나 쨈, 뱅쇼 등 가공식품도 많았다. 부스마다 시식 거리가 마련돼서 관람객들은 제주음식을 골고루 맛 볼 수 있었다.

식품도 다양하려니와 회사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제 식품도 디자인으로 경쟁하는 시대, 이런 행사는 포장과 디자인을 배우기에 좋은 기회가 된다.

행사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제주맘과 유월제주, 파더스팜 등 세 회사가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우선 제주맘은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이 운영하는 회사다. 평화의마을은 중중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제주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서 장애인들은 소시지를 만든다. 중증장애인을 소시지 장인으로 만들어 자존감도 높이고 수익도 창출한다는 게 회사의 설립 목표다.


▲ 제주맘 부스(사진=장태욱)

김덕윤 사무국장은 “우리 제품이 소시지의 본고장 독일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독일 품평회에 출품했는데, 성적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제주맘 소시지를 구매해 집에서 요리를 했는데, 부드러운데 첨가물 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유월제주는 뱅쇼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로, 제주시 동문로에 주소를 두고 있다. 뱅쇼는 과일과 와인을 끓여서 만든 비알콜 음료인데, 우리에겐 조금 생소하지만 유럽 대부분 나라 사람들은 뱅쇼를 즐겨 마신다. 특히, 겨울에 오렌지로 뱅쇼를 만들어 마시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 가정식 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 유월제주는 제주산 감귤을 원료로 뱅쇼를 만들어 판매한다.(사진=장태욱)

유월제주는 제주산 감귤을 이용해 뱅쇼를 만드는데, 보존제나 첨가물, 색소 등을 전혀 넣지 않는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뱅쇼가 도민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음료여서 도외 판매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파더스팜, 이 당근을 판매하는 가족회사다. 아버지가 구좌읍 종달리에서 몇 십년째 당근을 재배하는데, 아들과 딸, 며느리가 판매를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현장에서는 당근음료와 당근 구이를 시식으로 제공하고, 당근을 3킬로그램 상자로 소포장해서 방문객들에게 팔았다.


▲ 당근을 재배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회사를 만든 가족(사진=장태욱)

파더스팜 김지훈 대표는 “오늘 파는 당근은 어제 아버지가 수확한 것이다.”라며 “당근을 제때 제값 받고 팔기 위해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다.”라고 말했다.

소비가 얼어붙어 당분간 회복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렇게 서로 만나서 홍보하고 배우면서 페이지 한 장 넘기는 거다.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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