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탄 신랑 사진과 오래된 쟁기, 마을에 보물창고 생겼다

[탐방] 애월읍 수산리 ‘물메문화역사박물관’

마을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래된 농기구와 사진, 병풍 등 실생활에서 사라진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양으로도 공공박물관 못지않은데, 마을 일꾼 한 사람의 노력과 주민의 협조로 이뤄져서 공동체 아카이브의 정수를 보여줬다.




제주학연구센터 아카이브 교육 수료생들이 21일, 월례모임으로 애월읍 수산리 마을박물관을 방문했다.

수산의 옛 이름은 물메다. 마을 북서쪽에 있는 오름 정상에 물이 있어서 물메이고, 마을 이름도 물메가 되었다. 한라산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마을은 일주도로와 중산간도로 사이에 형성됐다. 많은 주민이 농업에 종사한다. 마을 가까운 곳에 수산저수지가 있어 주민들에게 농업용수를 제공한다.

수산은 애월읍에서도 매우 오래된 마을 가운데 하나다. 박물관에서 오래된 마을공동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건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다.




마을회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물메문화역사박물관’이라고 적힌 간판에 눈에 띈다. 그리고 ‘그리움을 이야기하다. 추억저장소’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 농촌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마을이 설레기 시작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진풍경이 펼쳐졌다. 쟁기와 보습, 지개, 마차바퀴, 도리깨처럼 예전에는 농경에 사용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농기구들도 있고, 고운 가루를 고를 때 쓰는 체도 있다. 또, 됫박과 대저울, 구덕, 막개, 제관 의복 등 지금은 생활에서 사라진 진귀한 물건이 빼곡하게 진열됐다.

가장 놀라운 건 오래된 사진들, 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사람과 풍경을 담은 오래된 사진이 벽체에 빈틈없이 붙어있다. 과거 말 타고 가마 타고 결혼하던 시절의 사진도 있고, 1980년대 아이들이 소풍을 갔던 사진도 있다.

전시를 도맡아 추진한 이는 수산리 작은도서관 총무 양우선 씨다. 도서관 행사에서 전시를 해본 경험을 살려 남는 공간에 옛날 물건을 전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양우선 씨는 “이 전시로 관광객이 많이 찾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고 생각했다.”라며 “외지에 나가서 사는 자손들이 고향을 방문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옛날 살았던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어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건 오래전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라며 “건물이 2층인데, 무거운 옛 물건은 1층에 전시했고, 2층은 사진 중심으로 전시했다.”라고 덧붙였다.


▲ 전시를 총괄한 양우선 씨. 양 씨는 이번 전시를 하면서 오래된 할아버지 사진도 보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장태욱)

이 많은 물건과 사진은 모두 마을 안에서 수집한 것이다. 이런 물건을 수집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마을 어르신들이 많이 협조해주신 결과다.

양 씨는 이제 어르신들이 물건을 정리할 마음을 잡수신 때에 이런 걸 한다니 많이들 기증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제주학연구센터 조정현 연구원은 “아카이브 교육을 받지 않은 분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전시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라며 “수산리 박물관이 마을박물관의 좋은 표본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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