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노래자랑인데 합창으로 끝나고, 고구마는 막걸리 판으로

서귀포오석학교 29일 제54회 상록제 개최.. 푸짐한 음식에 추억 쌓기 체험, 장기자랑 펼쳐

서귀포오석학교 마당에 모처럼 음식이 가득 차려졌습니다. 개인노래자랑을 하는데 결국은 합창으로 끝나고, 고구마를 굽는 드럼통 주변에는 막걸리 파티로 이어집니다. 학교를 거쳐 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봉투고 건네고 갑니다.




제54회 서귀포오석학교 상록제가 29일 열렸습니다. 축제인데, 재학생에겐 잔치와 학예회이고, 학교를 거쳐간 졸업생과 자원교사들에겐 고향 방문의 날이 됩니다.

전날 밤부터 자원교사와 학생들의 손길을 분주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또 다른 분들은 축제에 맞게 학교 구석구석을 치장합니다. 다른 분들은 천막과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을 맞을 수 있게 자리를 준비합니다. 전날 밤 준비 과정을 ‘전야제’라고 부르며 술잔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잔치는 익어갔습니다.




29이일 오전부터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어르신 학생들이 교실 하나를 차지하고 떡국을 끓이고 반찬과 고기를 장만합니다. 지난 사골 맛이 우러나는 떡국에 고명 듬뿍, 마음까지 부릅니다.

자원교사들인 천막을 차지하고 떡볶이를 만들고, 어묵을 끓였습니다. 떡볶이 한 컵, 어묵 한 그릇 받고, 막걸리까지 한 잔까지 받으면, 더는 부러울 게 없습니다.

드럼통에 작작을 태워서 고구마를 굽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고구마가 있고, 따듯한 모닥불이 있어서 주변에 사람이 떠나지 않습니다. 결국은 주변에서 막걸리 파티가 펼쳐집니다.

먹거리 말고도 재미있는 추억 쌓기 체험이 있었습니다.

단체로 흑백사진을 찍어서 추억을 남겼습니다. 학생끼리, 또는 같은 반 자원교사와 학생이 단체로 가진을 촬영하는데, 마치 어린 청소녀들과 같은 마음입니다.




커피봉지를 손수 디자인해서 포장해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서툰 한글 글씨로 자녀들에게 ‘잘 먹어라’라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포장하는 동안 교실 안은 커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반별 장기자랑이 열렸습니다. 학생들은 함께 춤도 추고 연극도 하는데, 청소년들의 학예회를 연상케 합니다. 개인 노래자랑도 열렸는데, 동백아가씨, 비 내리는 호남선, 안동역에서 등 흘러간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개인 노래자랑인데 결국은 합창으로 끝납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50년 전에 자원교사로 활동했던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 찾아와 격려하고 후원금도 보태주셨습니다. 졸업생들도 삼삼오오 찾아와 음식을 나누고 봉투를 건내고 가셨습니다. 학창시절 오석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지금은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도 휴가를 내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몸을 담았고 학교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분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갔습니다.

학교 마당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그로 인해 겨울이지만 아무도 추위를 느끼지 않습니다. 서귀포오석학교는 서귀포라는 지역 공동체에 늘 따뜻한 모닥불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