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로 고생했지만 아이는 스스로 ‘참 운이 좋았다’고 했다

[힘내라, 스타트업] (주)바이오누리지 이은경 대표(2)

이은경 대표는 제품 개발과 출시에 앞서 제주테크노파크(JTP)에서 창업과 마케팅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할머니에게 빌린 돈 2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주식회사 바이오누리지(BioNewledge)를 설립했다.

그리고 2023년 서귀포 스타트업베이에 입주했고, 창업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제주테크노파크(JTP)에서 제품 생산과 디자인 개발에 주어지는 지원금 1000만원을 받았다. 큰돈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지원금이다. 그리고 미생물을 활용해 탈취제를 만들었다. 제품에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를 거치며 집안이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유익균에 대한 지식과 확신이 반영됐다.


▲ 이은경 대표는 어려서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다. 하지만 집안이 미생물을 연구했기에 미생물의 도움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었다. 그 과정과 경험이 결국 이 대표를 미생물 제품 생산으로 이끌었다.(사진=장태욱)

“뉴스에 어떤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그런 뉴스를 보면 사람들이 미생물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공간에는 미생물이 많이 있는데 거기에는 유익균도 있고 중간균도 있고 유해균도 있어요.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있어야 우리 공간을 보호해주고 생태계가 조화롭게 됩니다. 미생물이 무서워서 살균을 하고 살균을 하면 좋은 미생물도 죽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세상에서 좋은 미생물이 사라지는 거예요.”

제품 이름이 미도블랙(美道BLACK)인데, 유익균협력체(이은경 대표가 EM이라는 말 대신에 사용하는 용어)를 통해 아름다운 길을 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세탁기나 싱크대에 미생물 탈취제를 뿌리면, 이 미생물이 악취를 없앨 뿐만 아니라 하수구를 따라 내려가면서 물을 정화하고 악취를 불러오는 해로운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할 것이라는 취지다.

“제품은 유익균과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당밀을 섞어서 만들었어요. 농축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조금만 넣어도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지난 6월 중순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을 출시한 지 한 달이 됐는데, 만족도를 표시하는 별점은 만점이 대부분이다. 스타트업 제품 런칭으로는 좋은 출발이다. 팔리기도 많이 팔렸는데, 한 달 매출로 봐서는 이걸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스마트 스토어에 소비자들이 남긴 제품 사용 후기를 보면, 이은경 대표의 제품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악취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유익균을 찾는 일인데, 이는 이 대표의 아버지가 미리 해놓은 일이다. 다음은, 유익균이 증식하고 발효를 일으키면서 용기에 가스가 차는데 그걸 막아야 했다. 아버지와 함께 발효 억제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건 절대로 노출하면 안 되는 핵심 기술이다.


▲ 이은경 대표의 할아버니인 이영민 선생. 오래전부터 EM을 농사에 활용할 방안을 연구해 친환경 농업의 길을 열었다. 이은경 대표가 스스로 '운이 좋은 아이'라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미생물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서귀포시 도순동 EM센터 앞에서 지난해 가을에 촬영했다.(사진=장태욱)

이은경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페이지에 제품 설명에 더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붙어있다.

‘저는 참 운이 좋았어요.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저는 아토피 환자였습니다. 간지럽고, 긁고, 피나고, 잠 못 들고…
운 좋게도 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응용미생물 EM을 연구하고 계셨어요. 할아버지는 미생물을 이용해 유기농 감귤농업을 시작하셨고 농림부장관상을 받으셨어요. 아버지는 1990년대부터 일본의 히가 테루오 교수와 함께 미생물을 이용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시면서, 실생활, 농업, 축산업, 하수처리, 공업 등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도록 발전시켰어요.
민감한 피부라서 화학제품을 쓸 수 없었는데, 유익균과 다종류 미생물 협력체인 EM을 사용하면서 오랜 기간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었어요. 유익균은 늘 저의 삶과 함께 했어요. 간지러울 때 덜 간지럽게 달래주고, 연약한 장을 좋은 미생물로 채워주고, 내 주변에서 유해균을 내쫒아 주며 항상 저를 도와주는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린 시절의 아토피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결과로 봐서는 첫 제품의 런칭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운이 좋은 아이’여서 운이 더해지는 것일까?


네이버에 키워드 광고를 해야 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 홍보도 해야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사를 통해 보내는 일도 해야 한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게 창업을 하고 나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이라고 했다.

그 다음 제품은 음료나 화장수 등에 도전할 마음이다. 이 대표가 미생물 연구를 아토피나 건선에서 출발했기에 피부에 도움이 되는 제품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마시는 것, 뿌리는 것, 스마트 팜 비료, 수질오염 개선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볼 꿈을 꾼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기술 기반이 든든하고, 대표가 사업에 확신과 의지도 있어 보였다. 혹시 투자 의향이 있다면 받아줄 것인지 물었더니 “아직은 시기상조라 받을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다. 회사를 좀 더 키우고 스스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투자를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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