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때부터 모은 2천만원으로 창업, 그 돈 어디 간 지도 몰라”

[힘내라, 스타트업] (주)하이벨라 양예경 대표 (1)


시민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은 신생 창업회사입니다. 이런 걸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하는데, 소수의 창업가가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종잣돈을 기반으로 시장에 도전할 때 부르는 말입니다. 서귀포시에는 독창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무기로 척박하고 냉정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서귀포사람들’은 그들의 용감한 도전을 응원하며 연재기사를 준비합니다. 젊은 창업인과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합니다. -편집자 주

어릴 때부터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을 투자해 회사를 설립한 여성 청년 창업자가 서귀포시에 있다. 창업에 도전해서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 과정에서 장사와 사업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20대 여성인 만큼 미용에 관심이 많아, 제주도의 천연 소재를 활용해 미용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한다. 제품을 출시했는데, 시장에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그 수익을 밑천으로 다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포부만큼은 여느 벤처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 (주)하이벨라 양예경 대표. 20대 초반에 창업 교육을 받고 회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고생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깨우친 것도 많은데, 사업에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이야기 주인공 양예경 씨(25), 서귀포시에 태어나 서귀포여고와 제주대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보다 사업에 관심이 끌렸다.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제품을 홍보하는 일이 참으로 멋있을 것만 같았다. 케이크를 좋아해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18년 제주한라대학에 입학해서는 친구들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해 제품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흑마늘을 재료로 잼을 만드는가 하면 네팔과 방글라데시 출신 친구들이 자국에서 먹었다는 ‘모모’라는 만두를 만들어 팔아도 보았다. 이런 음식이 팔려나가는 걸 보니 사업에 대한 꿈이 점점 확고해졌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가 확산됐고, 어디든지 쉽게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는데, 2021년도에 제주더큰내일센터가 3기 인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 제주더큰내일센터는 도내 젊은 예비창업자를 모집해 훈련하는 곳이다.

양예경 씨는 ‘바로 이거!!’라는 마음으로 입소 원서를 제출했는데,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명확한 창업 아이템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의욕만으로 지원서를 냈으니, 심사위원들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준비 없이 지원했냐며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결과는 예비합격자 6번. 후회도 했고 자신에게 실망이 컸는데, 상위합격자들이 입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센터에 입소할 수 있었다. 동일기수 더큰내일센터 창업트랙 입소생 가운데 최연소자였다. 창업은 그렇게 운명의 길을 열어줬다.

거기서 6개월 동안 ‘빡센’ 훈련이 이어졌다. 창업이 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창업 아이템을 짜서 발표해야 했다. 40명이 그 발표를 지켜봤고, 대기업 임원과 스타트업 운영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일일이 잘못을 꼬집었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창업이 뭔지, 어떤 걸 목표로 삼고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 (주)하이벨라는 서귀포시 스타트업베이 입주기업이다. 스타트업베이 안에 조그만 사무실이 양 대표가 일하는 회사 사무실이다.(사진=장태욱)

그 이후에는 서귀포시 스타트업베이 입주기업 ‘넥스트 챌린지’에 파견돼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실전을 익혔다. 그 과정을 마친 후에는 다시 더큰내일센터 창업트랙에서 창업을 위한 실무 훈련을 했다. 또, 신사업창업사관학교와 청년창업사관학교 교육을 이수했고, 2022년에는 1월에 (주)하이벨라를 설립했다.

“제가 애기 때부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창업 자금으로 썼어요. 뭣도 모르고 주식회사 출자금은 100만원으로 냈는데, 여기저기 쓰다 보니 내 돈으로 20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주)하이벨라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보육기업으로 선정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서 교육을 이수하였고 2023년도에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는 로컬크리에이터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창업 지원금으로 1억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양예경 씨는 그 바쁜 와중에도 2022년에 제주대학교 경영학과에 편입해 학업도 이어갔다.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창업교육이나 창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받았어요. 사업을 모르고 공부를 시작한 만큼, 배울 게 정말 많았어요. 특히, 돈이 없었기 때문에 자금지원이 절실했는데, 신청서를 넣고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 양예경 대표가 20대 초반 창업 교육을 받고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을 설명했다.(사진=장태욱 기자)

회사를 설립했다고 바로 제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품을 만들었다고 팔리는 것도 아니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시장의 냉정함을 더 잘 이해한다. 그렇게 때문에 사업에는 늘 신중할 수밖에 없다.

“회사를 설립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어요. 어느 날 제주시 동문시장에 갔는데, 할머니들이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파시는 걸 봤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나도 내 언제면 내 물건을 팔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려 애쓰는 가운데, 제주도 원물을 가지고 특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가가 생겼고 친하나 동생의 제안과 20살 미국 어학연수 시절 접했던 다양한 해외 브랜드들을 떠올리며 제주도에서 순수한 원물로 만든 목욕 용품 화장픔 브랜드를 만들자는 아이다어가 구체화됐다. 


그후 시장에서 판매하는 목욕용품 화장품에 관련한 제품들을 전부 사서 써보고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반복하는 등 실험을 반복했다. 회사운영과 제주대학교 창업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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